1년 전 ‘윤석열시절’로 돌아간 국힘…또 친윤-친한 충돌
2024년 김건희 논란→전당대회→계엄·탄핵 거치며 충돌
2025년 계엄 1년 앞두고 ‘당게 논란’ ‘계엄 사과’로 재충돌
친한계 “계엄 옹호론자 같이 할 건지, 우릴 출당시키든지”
지난 2024년 내내 국민의힘은 집안싸움으로 날을 샜다. 윤석열(친윤계)-한동훈(친한계)의 갈등은 치열했다. 양측 갈등이 오죽했으면 12.3 계엄 당시 한동훈 전 대표가 체포 명단에 포함될 정도였다. 계엄 1년을 맞은 2025년 말, 친윤계-친한계 갈등이 고스란히 되살아나고 있다. 당권파인 친윤계는 친한계를 겨냥한 ‘당무감사 공세’에 나섰고 친한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년 전인 지난해 12월 14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장. ‘윤석열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고성이 쏟아졌다. 절대다수인 친윤계 의원들은 한 당시 대표와 탄핵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의심되는 친한계 의원들을 겨냥해 “탈당하라”고 고함쳤다. 한 당시 대표가 “제가 탄핵안에 투표했습니까. 제가 계엄했습니까”라는 취지로 맞서자, 친윤계 의원들은 “당장 여기서 나가라”며 물병까지 던졌다. 결국 이틀 뒤인 12월 16일 한 대표는 사퇴했다.
다시 시계를 1년 전으로 돌려 2023년 12월 26일. 한 전 법무장관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윤석열정권 황태자’로 불렸던 한 전 법무장관이 법무장관에 이어 여당 비대위원장으로 낙점된 것. 물론 ‘윤심’(윤석열 마음)의 작용으로 해석됐다. 양측 신뢰가 무너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한 비대위원장이 취임 직후인 2024년 1월 김건희 여사 논란을 겨냥해 “국민이 걱정할 만한 부분이 있다”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고 발언하자, 대통령실은 한 비대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때부터 양측의 갈등은 본격화됐다.
친윤계는 2024년 한 해 내내 한동훈과 친한계를 겨냥한 공세를 퍼부었다. 2024년 4월 총선에서 참패한 뒤 한 비대위원장은 사퇴했지만, 같은 해 7월 전당대회에 출마하면서 재기를 시도했다. 친윤계는 원희룡·나경원 등을 앞세워 당선을 막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압도적 지지를 얻어 한동훈 대표가 탄생했다. 한 대표는 이후 12.3 계엄까지 넉 달간 친윤계와 사사건건 충돌했고, 결국 12.3 계엄과 탄핵을 거치면서 대표직에서 다시 내려왔다. 올해 5월 실시된 조기대선 경선에 출마했지만, 친윤계가 지원한 김문수 후보에게 패했다.
친윤계와 친한계의 2년에 걸친 갈등이 장동혁체제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달 29일 대전 장외집회에서 “(우리가) 갈라지고 흩어져서 계엄도 탄핵도 못 막았고 이재명정권의 탄생도 막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친한계의 ‘내부총질’ 탓에 계엄이 촉발됐고 탄핵을 막지 못했으며 대선에서도 졌다는 인식을 한다는 분석이다. 지금도 친한계가 ‘계엄 사과’ ‘윤석열과의 절연’을 앞세워 당 지도부를 흔든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측 인사는 “(친한계가) 끝없는 내부총질로 (장 대표를) 흔들어대니 대응을 안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8일 한 전 대표 가족을 겨냥한 ‘당원게시판(당게) 논란’ 조사와 친한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의 징계에 착수하면서 친한계 반발을 촉발했다.
친윤계 김민수 최고위원은 SNS를 통해 ‘당게 논란’ 조사와 관련 “당게는 정치적 목적이 아닌 당원들의 강력한 요구였다. 여당 대표직에 있던 자가 우리 손으로 만든 정권을 성공시키려 전력을 다하지 않고 내부로부터 우리 정권을 흔들 목적으로 당게를 활용했다면 이것이 어찌 그냥 넘어갈 사건이겠는가”라며 한 전 대표를 겨냥했다. 한 전 대표는 “계엄의 바다를 건너 미래로 가야 할 중요한 시기이다. 당을 퇴행시키는 시도가 참 안타깝다”며 당무감사위의 ‘당게 논란’ 조사 계획을 비판했다.
친윤계-친한계 갈등이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 결론지어질지 주목된다. 친한계 김근식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지난 30일 춘천 장외집회에서 ‘계엄 사과’를 요구했던 양향자 최고위원을 향해 야유가 쏟아진 것과 관련 “장 대표는 분명한 입장을 내야 한다. 계엄 옹호론자들과 당을 같이 할 것인지, 그들을 감싸려면 우리(친한계)를 출당시키든지, 결정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