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양오봉 전북대학교 총장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고등교육 살리기의 시작
다만 교육계 일부에서는 ‘서울대 10개 만들기’로 고등교육 예산이 쏠리게 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 사립대가 더 어렵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또 지역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서울대 10개 만들기보다 KAIST 10개 만들기가 더 필요하다”라는 주장도 있다.
고등교육비 OECD 평균 68.5% 수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25년 교육지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고등교육비는 1만4695달러(OECD 평균 2만1444달러의 68.5%)다. 이는 초등교육비 1만9749달러(OECD 평균 1만2730달러의 155%), 중등교육비 2만5267달러(OECD 평균 1만4096달러의 179%)에 비해 절대 액수가 적다. OECD 평균과 비교해도 68.5%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국가 경쟁력에 비해 대학 경쟁력이 낮은 이유가 낮은 재정 투자에 있다. 정부도 문제 해결을 위한 고등교육 예산 확대와 대학 경쟁력 제고의 시작으로 소위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을 내년부터 시행한다.
현재 미국·중국·일본 등 제조업 강국은 AI, 반도체, 자율주행 자동차, 배터리 등 첨단 제조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원천기술의 본산인 대학에 더 많은 교육·연구비를 투자하고 있다.
우리나라 제조업 중 반도체를 제외한 자동차, 철강, 조선, 석유화학 등 대부분의 공장은 지방에 있다.
지방 소재 9개 거점대가 각 지역 제조업을 위한 우수 인력 양성·공급과 연구개발의 견인차임을 부인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지방의 경우 기초·보호 학문에 속하는 철학과, 사학과, 어문학과, 물리학과, 화학과, 음대, 미대 등은 거점국립대를 제외하면 사실상 초토화된 상태다. 그만큼 우리나라 균형성장과 지역 학문생태계의 발전을 위해 거점국립대의 중요성과 경쟁력 강화가 절실하다.
정부가 내년부터 고등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형 금융회사 수익금에 부과하는 교육세를 현행 0.5%에서 1%로 인상하면 약 1조3000억원가량의 추가 재원이 확보될 것이다. 이중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2026년부터 연 5000억~6000억원의 추가 재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 외에 연 7000억원 정도의 여유 재원은 지방 사립대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지방의 사립대들은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의 2중 3중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거점국립대는 ‘국민 고등교육 기관’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의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은 세계 수준의 연구개발 경쟁력 제고와 최우수 인력 양성을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KAIST, 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포항공대(POSTECH) 등 과학기술특성화 대학의 학부생과 대학원생 등 전체 학생은 2만5000명 정도로 전북대 재학생과 비슷한 규모다. 이들 대학은 학생 1인당 1억원 정도의 교육비를 투입하는 소수 엘리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9개 지방 거점국립대 1인당 교육비 2520만원의 약 5배, 서울대 1인당 교육비 6200만원의 160%에 달한다.
지방의 거점대는 국민의 고등교육 수요를 받들고 우수 인재로 양성하는 ‘국민 고등교육 기관’이라는 깊은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지방의 거점대가 서울대 수준의 명문대로 발전하고, 지방의 사립대가 특성화 대학으로 경쟁력을 갖추면 지방이 살고 나라도 산다. 같이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