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 백사마을 첫삽…16년 난제 풀었다

2025-12-01 13:00:02 게재

달동네 벗고 3178가구 대단지로 변모

서울시·노원구·주민 끈질긴 협업 결실

서울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 재개발 사업이 정상화된다.

시는 1일 백사마을(노원구 중계본동 30-3번지 일대) 주택재개발사업이 이날 기공식을 갖고 16년 만에 첫삽을 뜨게 됐다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백사마을은 지하 4층~지상 35층, 26개 동 3178가구(임대 564가구) 규모의 자연친화형 단지로 재탄생한다. 분양·임대 구분 없는 사회통합형 단지로 설계됐다. 올해 12월 철거가 마무리되면 내년 상반기 착공에 들어가 2029년 입주가 목표다. 불암산 자락에 인접한 자연 환경, 은행사거리 학원가와 인근 문화시설, 동북선 개통 예정 등 교육·교통 인프라도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60년전 형성, 노후도 심각 = 백사마을 재개발은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려 온 노후 주거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사업이다. 일대는 1960년대 후반 도심 철거민이 이주해 형성된 뒤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이면서 장기간 방치돼 왔다. 2009년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사업성 논란, 주민 갈등, 시행자(LH)의 사업 포기 등 악재가 겹치면서 수차례 표류했다.

서울시가 1일 백사마을 재개발 사업 기공식을 가졌다. 내년 상반기 착공을 앞두고 철거가 진행 중인 백사마을 모습. 사진 노원구 제공

서울시와 노원구는 공동 노력으로 정상화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시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주민·전문가와 총 150회 이상 의견을 나누며 기존 계획을 전면 재검토했다. 노원구 또한 33회에 걸친 실무 회의와 중재 노력을 이어오며 주민 갈등을 해소하고 사업 방향을 다시 수립하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 분양·임대 단지 구분을 없애고 ‘주거지보전 용지’에서 ‘공동주택 용지’로 전환하는 통합정비계획이 마련됐다. 용도지역 상향과 사업성 보정계수 적용 등 규제도 완화했다.

사업 추진 과정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일부 지형·골목길을 유지하는 초기 계획은 사생활 침해 우려가 제기되며 반발을 불렀다. 분양·임대 획지 분리 방식은 주민 간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게 문제였다. 여기에 ‘저층주거지 보존’ 규제로 주거지 개선이 더뎌지면서 사업성이 의심받기도 했다. 그러나 시와 구는 다수의 공청회, 대안 검토, 설계 조정 회의를 이어가며 현실적인 대안 마련에 골몰했고 지난해 3월 토지등소유자 전체회의에서 95% 이상의 찬성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동북권 정비사업 신호탄 = 정비업계와 도시계획 전문가들 사이에선 백사마을 재개발이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노원구 정비사업의 본격적인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노원구는 서울에서 인구 감소 폭이 가장 큰 지역이다. 60만명에 육박하던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한 배경에는 오래된 아파트 단지와 비효율적 도시구조가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년 만에 첫삽을 뜬 백사마을 재개발이 지연됐던 노원구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배경이다.

또다른 의미는 주민과 정치권 노력이 한 지역의 변화를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드러내는 사례라는 점이다. 백사마을은 현 오승록 노원구청장이 시의원을 지낼 당시 지역구에 속한 곳이다. 오 구청장은 2010년 시의원 초선 당시부터 백사마을 문제 해결에 꾸준히 관여해 왔다. 시의원 8년, 구청장 8년 등 16년에 걸쳐 축적된 관심과 경험이 주민 갈등 조정, 사업성 개선, 제도 개편 건의 등 사업의 주요 국면마다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승록 구청장은 “백사마을은 노원의 낙후된 주거환경을 상징하는 곳이었지만 이제는 주민 숙원 해결과 도시 재도약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며 “노원구 전역에서 재건축·재개발이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백사마을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강북 대개조의 중요한 축”이라며 “착공부터 준공, 입주까지 모든 절차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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