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회지원기관부터 지금 세종으로

2025-12-02 13:00:01 게재

국회세종의사당 완공 시점이 2031년 혹은 2033년으로 미뤄지고 있다. 국회를 세종으로 이전하자는 ‘국회법’ 통과에만 9년, 이전 규모를 확정하는 ‘국회규칙’ 통과까지 11년이 걸렸다.

지금 세종에 필요한 것은 거대한 건물이 아니라 국회의 기능 이전이 시작됐다는 신호다. 세종이 진짜 입법 중심지가 되려면 국회지원기관인 입법조사처, 국회예산정책처, 국회미래연구원부터 먼저 내려와야 한다. 이들 기관의 업무 특성은 대부분 온라인 기반의 분석과 연구다. 이전 난이도는 가장 쉽고, 인원은 약 300명. 그러나 효과는 압도적이다.

이 300명이 세종으로 들어오는 순간, 세종은 단순한 행정도시가 아니라 ‘국회가 실제로 일하는 도시’로 전환된다. 이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변화이며, 실질적인 입법 기능 이전의 첫걸음이다.

국회세종의사당 개청을 마냥 기다릴 이유도 없다. 국회가 결단하면 올해 안에도 실행할 수 있다. 상임위나 의원실이 입주하기 전이라도 정책지원 기능이 세종에서 작동하기 시작하면 이미 기능 이전은 현실이 된다.

입법조사처 등 조기 이전 국회의 책무

막대한 예산이 드는 별도 신축건물도 필요 없다. 세종에는 즉시 입주가능한 민간빌딩이 충분하며, 층 단위 임대만으로도 조기 이전은 가능하다. 국회가 책임지고 결정한다면 몇 달 안에 이전이 시작될 수 있다. 더는 시간 부족이나 절차를 이유로 미룰 명분이 없다.

조기 이전이 시작되면 ‘세종형 국회정책지원센터’ 구축이 가능해진다. 예산분석·입법조사·미래전략 기능을 세종에서 직접 수행하고, 주요 보고서·브리핑·정책포럼을 세종에서 정례화하면 시민들은 즉각적인 변화를 체감하게 된다. 나아가 세종을 비롯한 충청권 청년과 국가 정책전문가가 함께 호흡하는 정책 생태계가 형성되며, 세종을 비롯한 충청권의 향후 10년을 견인할 새로운 지적·산업 기반이 만들어진다.

기대효과는 분명하다. 첫째, 국회세종의사당 기능의 실질화가 건물보다 먼저 이뤄진다. 둘째, 해수부 이전 논란으로 떨어진 지역 신뢰를 회복하고 충청·세종의 균형발전 체감도를 높일 수 있다. 셋째, 300명 규모의 정책전문가가 상주하면서 세종 도심의 경제·상권 활성화와 고급 인력 유입이 뒤따른다.

그러나 그 어떤 효과보다 중요한 가치는 하나다. 국가균형발전의 원칙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그동안 정부 부처는 세종으로 내려오는데 국회는 서울에 남아 있는 모순을 누구나 알면서도 누구도 해결하지 못했다. 국회지원기관의 조기 이전은 이러한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는 첫걸음이자, 수도권 과밀 해소와 지방분권이라는 국가적 목표에 대한 국회의 책임을 증명하는 길이다.

세종을 비롯한 충청권 560만 시민에게 드리는 가장 분명한 약속이기도 하다. 국회세종의사당 완공은 2033년일지 모른다. 그러나 국회의 결단은 지금도 가능하다. 건물 완공을 기다리는 8년보다, 의지를 보여주는 1년이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미래를 바꾼다.

균형발전 약속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세종의 미래는 기다림으로 오지 않는다. 결단하는 정치, 실행하는 리더십으로 만든다. 2033년 의사당 개청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2026년부터 국회의 기능을 세종에 심어놓는 것이 진짜 균형발전이다. 균형발전의 약속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세종의 변화, 지금부터 시작하자.

홍순식 충남대학교 국제학부 겸임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