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지수 5만선 공방…노무라 “내년 말 5만5000 예상”

2025-12-02 13:00:01 게재

일본은행 정책금리 인상 최종 수준 등 증시 영향 주목

은행주·비철금속 등 업종 관심…기업, 배당 지속 확대

일본 도쿄증시 닛케이평균지수가 역사적 5만 선을 돌파한 이후 급등락하고 있다. 일본 증권시장에서는 내년 말 닛케이지수가 5만5000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나오지만 급격한 상승에 따른 우려도 있다.

닛케이지수는 지난 10월 27일 종가 기준 5만512포인트를 기록해 역사적인 5만 선을 돌파했다. 10월 31일(5만2411)은 역대 최고점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이후 11월19일(4만8537) 저점까지 한달여 사이에 3873포인트(7.4%)나 하락하면서 등락을 거듭했다. 닛케이지수는 1일 4만9303.28로 마감해 지난주 금요일 종가 대비 1.89%(950.63) 하락했다.

도쿄 증시가 올해 역사적 신고가를 기록한 데는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바람을 타고 반도체 등 관련 업종과 종목이 상승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미국 정책금리 인하 가능성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취임에 따른 유동성 확대 등에 대한 기대도 반영됐다는 풀이다.

다카무라 마사히토 SBI증권 대표는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AI 버블을 둘러싼 논란이 있지만 고객 대기자금이 강하게 버텨주는 상황에서 어떤 충격이 있어도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상장기업이 올해 상반기(4월~9월) 중간 결산에서 실적치를 상향 수정한 점도 주식시장을 받쳐주는 버팀목이다.

2026년 증시전망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노무라증권은 내년 말 닛케이지수를 당초 5만2000에서 5만5000으로 수정해 전망했다. TOPIX도 3500에서 3600으로 상향했다. SNBC닛쿄증권도 내년 말 닛케이지수 전망치를 당초 4만8500에서 5만6000으로 올렸고, TOPIX도 3350에서 3600으로 수정했다.

야스다 히카리 SNBC닛쿄증권 연구위원은 “내년도는 상장기업이 두자릿수 이상의 이익 증가가 예상된다”며 “전기기계와 운송용기계 등 제조업의 펀더멘털이 강하다”고 했다. 한 대형 증권사 대표는 “내년도 목표 주가는 5만5000을 내다본다”며 “지금의 장세는 견조하고, 주가가 조정을 받더라도 4만6000 정도가 지지선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또 다른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AI데이터센터에 거액의 투자가 이뤄지는 미국 IT기업 주가가 하락하면 닛케이지수는 4만 초반까지 밀릴 수도 있다”고 했다.

일본은행의 정책금리 인상도 증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1일 기자회견에서 “정책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아직 완화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나고야에서 열린 강연에서는 “정책금리 인상의 시의적절성을 적절히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일 우에다 총재의 전날 발언과 관련 “12월 금리인상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것”이라며 “(이달 18~19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인상 재개의 의욕을 보였다”고 해석했다. 시장의 예상도 일본은행의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기존 60%에서 80%로 높아졌다.

우에다 총재의 발언은 바로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5엔대로 하락했고, 국채 10년물 금리는 1.875%까지 상승했다. 신규로 발행한 2년물 국채금리도 한때 1.02%까지 상승해 2008년 6월 이후 처음으로 1%대를 넘어섰다. 증시는 전장 대비 1.89%나 하락했다.

일본은행 정책금리 인상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장에서는 당초 내년 하반기 정책금리 수준이 현재 0.50%에서 1.00%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향후 물가 상승세 등을 보면서 1%대 중반까지 인상할 가능성도 나온다.

일본은행이 정책금리를 상당폭 인상할 경우 증시에는 일단 부정적이다. 다만 급격한 금리인상보다 상당한 시차를 두고 완화적 금융정책을 정상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어서 증시에 급격한 변동성을 가져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앞선다.

JP모건은 “여전히 실질 정책금리 수준이 낮고, 해외투자자의 엔화 포지션은 지난해 여름과 같은 대규모 매도 우위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향후 일본은행의 금리인상으로 강한 엔고, 주식시장 급락 리스크는 현시점에서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내년도 도쿄 증시에서 유망한 업종으로는 비철금속과 은행주 등이 꼽힌다. 일본 증권시장 전문지 ‘닛케이베리타스’는 비철금속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신문은 “올해 상반기 중간결산을 지켜본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실적 향상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내년에 실적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은 자원 관련주”라고 분석했다.

예컨데 ARE홀딩스의 내년 실적은 올해보다 30% 이상 개선될 것으로 예상됐다. 미쓰이금속은 비철금속 가운데 AI 관련 유망종목으로 꼽힌다. 데이터센터 서버용으로 이 회사가 만드는 얇은 동박VSP 등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쓰이금속 내년 순익은 올해 회사 전망치보다 1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기업의 배당성향이 높아져 주주환원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기업 실적이 개선되면서 11월 말 기준 배당을 확대하겠다는 기업이 9월 말에 비해 20% 이상 증가했다. 상반기 실적발표에서 2026년3월기 (25년4월~26년 3월 사업연도) 결산실적을 상향한 기업은 프라임시장에 상장된 기업의 30%를 넘는다.

업종별로는 은행과 부동산, 건설 등이 실적 예상치를 상향했다. 주주환원에 소극적으로 보여졌던 기업의 배당 확대도 주목 받는다. PGIM재팬 관계자는 “한때는 성장투자만 고집한 고성장 기업 내에서도 남아 도는 현금을 주주에 환원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키엔스다. 키엔스는 올해 상반기 결산 발표와 함께 내년 결산배당을 200엔 늘려 550엔으로 결정했다. 나카다 유우 키엔스 사장은 “중장기적인 성장에 대한 투자를 최우선하면서도 주주에 대한 안정적인 배당을 지속할 것”이라며 “자본 효율의 향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UBS증권은 보고서에서 “지속적인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강화를 진행하면 주가의 재평가가 지속될 것”이라고분석했다.

한편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합쳐 일본기업의 주주환원 금액은 우상향하고 있다. 다이와어셋메니지먼트에 따르면, 기업 수익의 확대와 주주환원율이 상승하면서 2027년 주주환원 총액이 42조엔(약 4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2024년(32조엔)에 비해 3년 사이 30% 늘어난 수준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주주자본배당률(DOE)의 활용과 누진 배당의 도입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앞으로 배당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대단히 낮다”고 분석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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