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로 승부…SMR<소형모듈원자로> 등 전향적 활용”
김성환 기후부 장관 기자간담회 … “녹색전환으로 성장과 환경, 두 토끼 잡을터”
“정부 조직 개편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인데 많이 성원해 주신 덕분에 큰 갈등 없이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출범했다. 목표를 세우는 일보다 실제 실행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장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이행하는 일부터 해서 실제로 세상을 바꿔야 한다. 멋진 보고서를 쓰는 게 중요하지 않고 탈탄소 녹색문명으로 전환하는 실체를 보여줘야 할 때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10월 옛 환경부와 옛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기능을 통합해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출범했다. 아무리 좋은 명분이 있더라도 체제 전환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효능감이 얼마나 있을지 명확하게 보여주지 못한다면 불필요한 혼돈을 가져왔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김 장관은 ‘목표’가 아닌 ‘성과’를 강조했다. 친환경에너지 자립 섬을 추진했다가 실패한 제주도 가파도에서 탈탄소 자립섬이 가능하다는 기술 실증을 보여줄 계획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6년 국비를 투입해 육상풍력 발전기와 에너지저장장치(ESS), 태양광 발전기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사계절 정도 기술 실증을 하면서 각각의 기능들이 어떻게 혼합돼 운영되는 게 최적화 방법일지 제대로 해보려고 한다. 또한 이 기술 실증에 참여한 기업들이 수출 주력 상품으로 가져갈 수 있는 모델들을 실험해 성과를 내고 싶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이 실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새로운 성공모델을 만들겠다.”
김 장관은 소형모듈원자로(SMR)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다.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활용한 실용적인 에너지 믹스 노선을 명확히 했다. SMR은 전기출력 300MW 이하로 공장에서 모듈 형태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차세대 원자로다.
“처음 SMR을 들었을 때 경제성이 나오겠냐 등 의문을 가졌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세계적인 동향을 보니 그렇지 않은 측면이 있어서 공부를 했더니 장점도 있고 에너지기술 신시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물로 하는 3세대 방식과 소듐 등을 활용하는 4세대 SMR이 있는데, 각 나라가 새로운 시장 선점을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부산 등에서 기술 개발 중이다. 그 자체로 아주 의미 있는 도전이다. 재생에너지와 원전 기술을 적절히 잘 활용하면서 탈탄소를 추진하는 현 정부의 에너지믹스 계획이 잘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날 김 장관은 전기요금 체제 등 전력시장 구조 개편에 대한 고민도 토로했다. 그는 “석유화학이나 철강산업이 너무 어렵다”며 “윤석열정부 때 전기요금 인상 방식이 산업계에만 집중되는 식으로 불공평했고 이 부분을 어떻게 할지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철강이나 석유화학 등 구조조정으로 위험이 큰 업종에 대해 일부 전기요금을 맞춰주라는 요구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막상 들어가 보면 구분하기 쉽지 않은 대목들이 있다. 특히 대기업보다 협력업체들이 훨씬 어렵다. A 기업은 10% 깎아주고 B 기업은 그대로 두면 당장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어떻게 보릿고개를 넘어가야 할지 조금 더 심사숙고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취지는 공감하고 있다.“
이처럼 에너지와 환경 정책을 통합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은 물론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다.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아우르는 실용적 에너지믹스로 환경과 성장,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을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녹색 전환이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진 사례를 들며 자신감을 보였다.
김 장관은 “ESS 보급 사업에 가격 요소뿐만 아니라 국내 산업 기여도를 넣었더니 배터리 회사들이 대한민국에 공장을 짓겠다고 했다”며 “녹색 전환 과정을 통해 국내에서 생산이 일어나고 국민 일자리가 만들어지며, 그 힘으로 세계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을 포함해서 세상을 바꾸는 일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