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해제 방해’ 추경호 구속 심사

2025-12-02 13:00:09 게재

의총 장소 수차례 바꿔 표결 방해한 혐의

추 “누구에게도 표결 불참 권유·유도 안해”

14일 수사 종료 내란 특검 마지막 ‘분수령’

12.3 비상계엄 해제 방해 혐의를 받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구속 갈림길에 놓였다. 추 의원의 구속 여부는 수사 기한이 채 2주도 남지 않은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의 막판 수사 분수령이 될 전망이어서 주목된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이정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추 의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추 의원의 구속영장 심사 결과는 이르면 이날 밤늦게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년이 되는 3일 새벽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측의 요청을 받고 의원총회 장소를 수차례 변경하는 방식으로 다른 의원들의 표결 참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실제 추 의원은 계엄 선포 직후 비상 의원총회를 소집하면서 장소를 국회→여의도 당사→국회→당사로 세 차례 변경했다. 특히 우원식 국회의장이 계엄 해제 표결을 위해 지난해 12월 4일 0시 1분 국회의원 전원에게 국회 본회의장으로 와달라는 소집문자를 보냈는데도 추 의원은 2분 뒤 최종 의총 장소를 국회에서 여의도 당사로 변경해 통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우 의장이 0시 29분 추 의원에게 전화해 “1시간 뒤 본회의를 개의하겠다”고 했고, 10분 뒤 다시 “본회의 개의를 1시로 앞당기겠다”고 통보했지만 추 의원은 표결 참여를 독려하지도 의총 장소를 변경하지도 않았다. ‘어떻게든 본회의장으로 와 달라’는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의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추 의원은 오히려 우 의장에게 본회의 개의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하고 한 전 대표 등 국회 본회의장에 있던 국민의힘 의원들을 회의장 밖으로 나오도록 유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은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90명이 참석하지 못한 상태에서 재석 190명, 찬성 190명으로 가결됐다.

특검팀은 추 의원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상계엄에 협조해달라는 취지의 전화를 받고 국민의힘 의원들의 계엄 해제 표결 참여를 방해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추 의원은 계엄 선포 직후인 지난해 12월 3일 22시 56분 홍철호 전 정무수석과, 15분 뒤인 23시 11분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통화했고, 23시 22분에는 윤 전 대통령과도 2분여간 통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은 이에 따라 지난달 3일 추 의원에 대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서 추 의원은 구속 심사대에 서게 됐다.

추 의원은 계엄을 사전에 알지 못했고, 윤 전 대통령과 계엄 해제 표결 방해를 논의하지도 않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윤 전 대통령과 통화 후 의총 장소를 당사에서 국회로 변경한 점을 들어 계엄 해제 표결을 막으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다만 국회 진입이 막혀 최종 집결 장소를 당사로 공지했다는 얘기다.

추 의원은 자신의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선 신상발언에서도 “저는 계엄 당일 우리 당 국회의원 그 누구에게도 계엄 해제 표결 불참을 권유하거나 유도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특검팀은 국민의힘 의원 10여명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하면서 복수의 의원들로부터 ‘추 의원이 당시 상황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표결에 참석하지 못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추 의원이 우 의장으로부터 통보받은 본회의 개의 시간, 윤 전 대통령 등 대통령실 관계자들과의 통화 내용 등을 알았다면 표결 참여 여부 판단을 달리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특검팀은 또 국회 관계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12월 19일 추 의원이 국회 엘리베이터에서 ‘요즘 고생 많지 않느냐’며 인사를 건넨 지인에게 ‘계엄 해서 잘 됐으면 이런 얘기도 안나왔을 텐데’라고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영장심사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아 구속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내란 특검팀이 현역 국회의원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장이 발부되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해 군장성과 주요 국무위원의 신병확보에 이어 국회의원까지 구속하는 성과를 올리게 된다. 김건희 여사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부정청탁 의혹, 사법부의 계엄 가담 의혹 등 남은 수사의 동력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영장이 기각되면 현직 의원을 상대로 무리한 영장을 청구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줄줄이 기각하고 있는 법원으로 비판의 화살이 돌아갈 수도 있다. 계엄당시 법무장관이었음에도 계엄의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했을 것이란 이유로 박 전 장관의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되자 특검팀은 계엄 정당화 문건 작성 지시 혐의 등을 추가해 다시 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혐의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한 바 있다. 내란 선동 혐의를 받는 황교안 전 총리의 경우 특검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방해했는데도 ‘구속의 필요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법원은 또 양평 개발 특혜 의혹 등을 받는 김건희 여사의 오빠 김진우씨가 영장심사에서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이 보낸 윤 전 대통령 당선 축하편지를 찢고, 경찰 인사문건을 없앴다’고 인정했는데도 김건희 특검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기각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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