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신공항 표류 불가피…국비 확보 실패

2025-12-03 10:09:48 게재

정부 공자기금 2795억원 확보 무산

대구시, 광주 등과 공동대응책 모색

지난 10월 24일 이재명 대통령의 대구 타운홀 미팅에서는 두가지 의미있는 발언이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구시민과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 등의 대구경북신공항 국비지원 요청에 대해 “이건 정책적 결단과 재정 여력의 문제인데 실현 가능하도록 검토하겠다”며 국가예산 투입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이는 지금까지 ‘기부대 양여 방식’등으로 진행되다 재원조달문제로 사실상 중단됐던 TK신공항 건설사업이 국가주도 사업으로 전환되는 신호탄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이재명 대통령은 여담이라는 전제로 “전에 집권했을 때 하시지 그랬어요”라고 주호영 의원에게 말했다는 얘기를 전했다.

이 발언은 보수텃밭인 대구경북의 최대 현안인 신공항 건설사업에 대해 보수정권인 윤석열 정부가 결정해 추진했어야 할 현안이었다는 뼈있는 농담으로 들리기도 했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내년도 정부 예산안 확정을 앞두고 나온 것이어서 대구경북에서 초미의 관심이었다.

그러나 2일 국회통과로 확정된 내년도 정부예산안에는 TK신공항 건설 사업 예산은 빠졌다. 이재명 대통령의 검토 언급은 결국 빈말로 끝난 셈이다.

이날 대구시가 2026년도 정부예산안에 올린 2822억원의 신공항 국비지원 예산은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따라서 내년 착공 2030년 이전 개항 목표라는 대구경북신공항 사업의 추진계획은 어그러지게 됐다.

내년도 정부예산안에는 대구시가 올린 신공항 건설사업예산은 정부 기금운영계획안에서 빠진 토지보상비 등으로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 2795억원 융자와 이에 따른 금융비용 87억원이었다.

대구시는 11조5000억원에 달하는 군 공항 이전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을 기부대 양여 방식이나 대구시 자체재원으로 조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정부의 공공자금 관리기금을 신청하기로 했었다. 시는 지난 3월 기재부에 공공자금관리기금을 신청하고 정부기금운용계획안에 포함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시는 특히 지난 6.3조기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선후보 공약과 국정과제채택으로 추진동력을 마련하기도 했다.

당시 지역공약은 국가재정보조, 공자기금 및 금융비용지원(이자 국비지원 포함)과 그린벨트 관련 각종 규제 특례적용 등이었다.

그러나 대구시의 공자기금 신청은 정부기금운용계획안에서 제외됐다.

시는 다시 도전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12월 2일)을 앞두고 정부와 여야 정치권을 상대로 지역 숙원인 TK신공항 건설 국비예산 확보를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시는 이재명 대통령은 물론 김민석 국무총리,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경수 지방시대 위원장 등 정부와 여권 핵심 인사들이 신공항 예산 지원을 약속했다며 당초 정부안에서 전액 제외된 TK신공항 신규 사업비 반영을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지난 25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 조정소위원에서 보류된 내년도 예산안을 재심사해 기사회생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으나 대구시의 노력은 물거품으로 끝났다.

대구시는 허탈과 충격에 빠졌다. 시는 국회 예결위 ‘소소위’ 단계에서 증액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최종 무산됨에 따라 당초 2030년 개항 목표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는 입장이다.

대구시는 관계자는 “국비예산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기재부 등 관계부처는 물론 광주시 TF 등과 공동으로 추진 방향과 재원조달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다만 국회가 요청한 예산안에 ‘TK신공항 지원을 위한 강행 주문성 의견’이 부대의견으로 채택됐고 대구민간공항 설계 보상비 예산 318억원이 반영돼 군공항 이전과 별개로 민간공항 건설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주호영 의원은 예산 미반영과 관련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대구시민들 앞에서 했던 약속은 어디로 갔냐”면서 “2일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구 군 공항 이전 예산이 한푼도 반영되지 않은 것은 참으로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주 의원은 “도심 한복판의 군 공항 이전은 지역의 민원을 들어주는 사업이 아니라 국가안보 사업”이라며 “정부가 이런 자세를 계속 유지한다면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어떤 군 공항도 이전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는 지난 2020년 신공항 최종이전부지를 군위 소보와 의성 비안으로 최종 선정하고 지난 1월까지 특별법 제정, 민항이전 예타조사 면제 확정, 군 공항 이전 사업 시행자 지정과 사업 계획 승인 등의 절차를 끝냈다. 시는 이 과정에 각종 용역비 등으로 자체 예산 215억원을 투입했다.

TK신공항 건설 사업은 대구시 동구 도심의 군사공항을 군위와 의성군으로 이전하면서 군 공항의 활주로 일부를 사용하고 있는 민간공항을 확장해 이전하는 사업을 말한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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