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근로자와 소통해야 사고 줄인다
인공지능 활용 현장에서 직접 통·번역 … 건설사들 기술개발, 서울시도 앞장
지난 9월 경기 광명시 옥길동의 광명~서울 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 A씨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사망했다. 지하 18m 지점 양수기에서 작업하던 중 감전으로 인한 사고를 당했다.
외국인 근로자 안전사고가 늘어나고 있다. 건설현장에 투입된 외국인 근로자가 많다보니 사고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근로자는 42만1000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미 건설현장 근로자의 대부분은 외국인 근로자가 장악했다.
회사측이 한국어에 서툰 A씨에게 업무지시나 안전지침 등을 얼마나 인지시켰을지 모를 일이다. 외국인 근로자와 내국인 관리자 사이의 소통문제는 안전사고의 취약지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와의 원활한 소통으로 사고 예방과 품질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 인공지능(AI) 기술로 외국인 근로자와 대화가 가능한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
호반건설은 인공지능 전문기업 매쓰에이아이와 건설현장 맞춤형 AI 동시번역 플랫폼 ‘호반커넥트’를 공동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호반커넥트’는 실시간 다중 번역 기능을 기반으로 한 AI 번역 서비스 플랫폼이다. 현장 관리자와 외국인 근로자 간 언어 장벽을 해소하고 안전교육과 품질관리 효율을 높이기 위해 개발됐다. 안전교육과 공지사항 전달 등 외국인 근로자와 의사소통에서 활용할 수 있다. 담당자가 한국어로 말하면 다양한 외국어가 텍스트로 동시에 표시되는 방식이다.
‘호반커넥트’는 건설현장에서 자주 쓰이는 전문용어와 표현을 학습·축적해 현장 특화 번역 품질을 지속적으로 높일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현재 호반건설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 청년주택’과 인천 서구 ‘호반써밋 파크에디션’, 경북 안동시 ‘위파크 안동’ 등 현장에서 플랫폼 실증을 진행 중이다. 각 현장에서는 AI 번역 기반 안전교육 자료 생성, 실시간 다국어 통역 등 주요 기능을 적용해 현장 활용성을 검증하고 있다.
이같은 외국인 근로자와 소통문제는 공공발주 사업장에서도 시작됐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외국인 근로자 실시간 통역시스템을 공공 건설 현장에 도입했다. 서울 시내 주요 도로와 지하차도, 도시철도 등 공공시설 공사 현장에 투입되는 외국인 근로자가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도시기반시설 관련 4개 건설공사장에 실시간 통역시스템을 시범 도입했다. 운영 대상 현장은 외국인 근로자가 다수 근무하는 △양재대로 구조개선공사 △국회대로 지하차도 2단계 1공구 △동북선 도시철도 4공구 △진접선 차량기지 2공구 등이다.
GS건설도 지난해 인공지능 기반 통역 프로그램 ‘자이보이스’를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담당자가 한국어로 이야기를 하면 음성을 인식해 120여개의 언어로 동시에 문자로 표현할 수 있다. 건설 전문용어도 정확하게 번역되는 것이 특징이다.
대우건설은 다양한 언어로 외국인 노동자용 안전보건교육 영상을 제작해 현장에 배포하고 있다. DL이앤씨도 한글을 몰라도 안전 수칙을 이해할 수 있도록 안전 교육용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다국어로 번역·활용 중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각 현장에 명예 통역관을 지정해 동시통역을 제공하고 있다.
호반건설 안전보건팀 관계자는 “건설현장 내 언어 소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면 안전관리 수준과 품질 경쟁력을 한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