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포기론에…국힘 구청장 ‘부글부글’
국힘, 서울·수도권 중도 이탈 우려 확산
“서울 포기하고 TK·PK만 지키자는 거냐”
국민의힘 서울 구청장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지방선거가 코앞인데 중앙당이 중도층 표심과 괴리된 행보를 연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지역 국민의힘 관계자들 사이에선 “적어도 선거 때는 중도 표심에 다가가려 노력하는 게 상식”이라며 “서울과 수도권 선거를 포기한게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냐”는 성토가 빗발치고 있다.
3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서울 구청장과 지역 정치인들의 당에 대한 분노는 임계점에 도달했다. 당 지도부가 보이는 우경화 흐름, 강성 지지층 중심 정치, 계엄 사과 회피 등 상식과 벗어난 행보로 인해 지난 4년간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단체장과 지방의원들 사이에서는 “이대로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강한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서울 수도권 차원의 단체행동, 나아가 당을 깨는 수준까지 결단이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현장 모르는 여의도 정치권” = 서울 지역 야당 지자체장과 지방의원들 분노를 더욱 자극한 건 이른바 ‘지방선거 패배-총선 승리론’이다. 내년 지방선거는 어차피 야당에 불리하니 이번엔 지지층 결집에 주력하고 2년뒤 정권심판론 바람이 불 총선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논리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연달아 지면 다음에 다가오는 총선에서는 이길 가능성이 크다는 공학적 계산도 보태졌다.
국힘 소속 서울 한 구청장은 “지지자들로부터 ‘중앙 정치인을 만났는데 이 같이 말하더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서울과 수도권을 버리고 야당 국회의원들이 주로 포진한 대구경북과 부산경남만 지키겠다는 이야기로 들려 화가 치밀었다”고 말했다. 같은 이야기를 지역위원회 관계자에게 들었다는 또다른 구청장은 “현장을 전혀 모르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말했다. 그는 “지방의원과 지자체장 자리를 모두 잃고 총선을 준비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퇴행적”이라며 “2년뒤 저절로 정권심판론이 일어날 거라는 가정 자체도 기존 정치공학에 기댄 헛된 기대”라고 말했다.
중앙당 행태에 화가 난 지지자들로부터 “지방선거는 아예 포기한 것이냐”는 말을 들었다는 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지역 정치인은 “서울 지자체장·지방의원 목숨은 아랑곳 없이 본인들 살 궁리만 하는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경선 룰 변경, 중도층 외면 발상 = 당 지도부가 추진 중인 공천룰 변경 역시 현장에서 강한 반발을 낳고 있다. 나경원 의원이 단장을 맡고 있는 국민의힘 지방선거기획단은 경선 규정을 기존 당원 50% 일반여론조사 50%에서 당원 70% 여론조사 30%로 바꾸는 안을 추진 중이다.
서울지역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누가 봐도 특정인들만을 위한 룰 변경”이라며 “강성 지지층 표를 얻어 후보가 돼도 중도층을 잃으면 본선에서 질텐데 무슨 무슨 의미가 있나. 선거를 이기려고 세운 전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도부가 계엄에 대한 공식 사과를 내지 않는 것도 서울 선거 현장에서는 치명적 문제로 받아들여진다. 사과는커녕 되레 옹호하는 발언만 횡행하면서 야당을 외면하는 유권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연구소장은 “민심은 아랑곳 없이 우리끼리 똘똘 뭉치자는 것은 중도층을 포함한 유권자들을 대놓고 무시하는 행태”라며 “서울 수도권 후보들이 선거에 나설 수 있는 최소한의 명분은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