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혁신기업인 열전 ⑫ 김진현 금진 회장
국내 유일 호텔용벽지 제조…이익 20% 직원에게
52세 창업, OEM으로 기반 다져 … 재활용 건축자재 개발
동조기술·방염·내구성 등 고기능성 벽지로 동남아 공략
“직원들이 잘 살아야” … 3년마다 가족동반 해외여행 지원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강력한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세계는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한국은 지속되는 저성장에 고환율, 수출경쟁력까지 떨어지고 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했다. 한국경제의 성장은 기업인들의 혁신정신이 일궈 온 성과다. 내일신문은 기업가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혁신기업인을 연재한다. 그들의 고민과 행보가 한국경제와 중소기업이 나아갈 방향에 좋은 지침을 담고 있어서다.
LG건장재 제2공장장에서 명예퇴직 했다. 그간 배운 기술이 아까워 1998년에 창업했다. 당시 52세다. LG건장재 청주공장에서 퇴출된 설비로 공장을 차렸다. 벽지를 생산해 LG(현 LX하우시스)에 납품했다.
창업 4년째인 2002년 공장에 큰 화재가 발생했다. 큰 피해를 입었지만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지금은 국내에서 유일한 상업용(호텔용)벽지 제조기업으로 성장했다. 고기능성 벽지제조의 핵심기술을 갖춰 동남아시장 공략에 나섰다. 올해가 수출 원년이다. 친환경·재활용 기반의 새로운 건축자재 개발에도 성공했다. 이를 기반으로 2030년 매출 1000억원에 수출 300억원을 목표로 삼았다. 지난해 직원 75명이 352억원 매출을 올렸다.
직원복지에도 진심이다. 3년마다 임직원의 가족동반 해외여행을 지원하고 있다. 직원들이 잘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건축내외장재 전문기업 금진과 창업주 김진현 대표의 성장 이야기다.
◆내수기업이 수출기업으로 = “그간 친환경 건축자재 대표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제 수출에 집중하고 있다.” 21일 청주 본사에서 만난 김진현 회장의 첫마디는 ‘수출’이었다. 금진을 포함한 건축내외장재 기업들 대부분은 내수중심이다. 기업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김 대표의 의지는 허언이 아니다. 기술력을 확보한 자신감이다.
금진은 기능성 친환경벽지, 바닥재를 생산한다. 주요제품은 △PVC벽지(실크벽지) △상업용벽지 △카펫타일 △중간바닥재(데코타일) △인테리어필름 등이다.
2007년 국내 최초로 수용성 잉크와 논프탈레이트 가소제를 적용한 친환경 벽지를 양산했다. 2013년 벽지 친환경 HB마크와 미국 ASTM(방염 인증)도 취득했다. 2020년 벽지업계 최초로 자동포장로봇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스마트공장 제조혁신 모범기업상(2023년) △국가품질경영 은탑산업훈장(2024년) △중소기업 기술경영혁신대전에서 산업포장(2025년)을 수상했다.
동조정밀기술은 금진 기술력의 잣대다. 이 기술은 인테리어 시트 제작의 핵심기술이다. 인테리어 시트는 표면 무늬(엠보)와 색상 인쇄가 조금만 어긋나도 제품 완성도가 떨어진다. 동조기술은 무늬와 인쇄 오차를 1㎜ 이하로 맞추는 정밀공정이다. 정밀도가 높아야 나뭇결·석재 패턴과 질감이 자연그대도 구현된다. 금진은 오차를 2mm 수준까지 줄였다. 현재 유럽제품의 경우 오차가 2cm가량이다. 금진 정밀도가 10배 높은 셈이다. 최근 해외 브랜드들이 금진을 찾는 이유다.
◆유럽보다 10배 높은 정밀도 = 상업용(호텔용) 벽지도 금진의 경쟁력이다. 호텔이나 레저시설 벽지는 내구성과 방염성 요구 수준이 높다. 금진은 고온·고압으로 강도를 높이는 카렌다(Calender)공법을 상업용벽지 제작에 적용해 왔다. 이 벽지는 반려동물 발톱에도 손상이 없을 정도로 내구성이 좋다.
해외 수입벽지들도 국내기준에 충족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신라스테이·여의도 콘라드·제주 드림타워 등 주요 호텔에서 금진제품으로 교체한 배경이다. 김 회장은 “국내기준을 충족하면서 대량생산이 가능한 곳은 금진이 유일하다”면서 “고기능 상업용 벽지는 해외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했다.
최근 개발에 성공한 ‘재활용 기반 건축자재(데크)’는 금진이 기대하는 제품이다. 이 외장재는 폐단열재에서 배출되는 폐페놀폼을 재가공한 후 폐플라스틱과 혼합해 만든다. 이 공정은 금진이 독자개발했다. 관련 특허도 등록했다.
목분(wood flour)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게 특징이다. 기존 WPC(목분+플라스틱 복합재)는 목분 비중이 절반 가까워 습기로 인해 팽창·뒤틀림이 발생한다. 금진 외장재는 목분을 제거해 변형이 거의 없다. 김 대표는 “영하 30도~영상 90도의 반복 시험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했다”고 말했다.폐기된 외장재는 다시 분쇄해 원료로 재투입할 수 있어 완전한 순환구조를 갖춘 점도 강점이다.
금진은 해외시장에 집중한다. 상업용벽지는 마카오·홍콩 호텔시장이 목표다. 방염기준이 까다롭고 교체주기가 짧아 고기능성 벽지 수요가 크기 때문이다. 재활용 외장재는 기후 변화폭이 큰 중동과 러시아 지역이 대상이다. 목표는 2030년 수출 300억원 달성이다.
◆직원과 지역사회가 함께 발전 = “직원들을 잘 살게 해주고 싶다.” 김 회장은 직원복지에 진심이다. △성과공유제 시행 △자녀교육비·주택비 지원 등은 기본이다. 2023년에 “이익의 20%를 임직원들을 위해 쓰겠다”고 약속하고 지키고 있다.
임직원 가족해외여행 지원은 상징적이다. 해외여행은 2007년부터 시작됐다. 임직원과 가족 168명이 1일부터 20일까지 조를 나눠 베트남 푸꾸옥으로 해외여행을 떠난다. 6번째 해외여행이다. 2019년에는 하와이, 2022년에는 서유럽을 각각 다녀왔다. 임직원 자신은 물론 결혼한 경우 양가 부모까지 회사가 100% 비용을 지원한다. 자녀가 있는 경우엔 70%를 대준다. 해외여행을 위해 회사는 매달 1000만원씩 적금을 든다. 이렇게 해서 3억~4억원 가량 드는 비용을 충당한다.
“금진은 친환경 기술혁신을 통해 지속성장하면서 직원과 지역사회가 함께 발전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김진현 회장과 금진의 미래가 기대된다.
청주=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