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철담합’ 현대제철, 2심서 일부승소

2025-12-03 13:00:47 게재

서울고법 “공정위 담합 시정명령 정당” 판결

“과징금 900억 산정은 잘못 … 재산정” 주문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판결이 부당하다며 현대제철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담합을 인정할 수 있다’며 공정위 손을 들어줬다. 다만 현대제철에 부과한 과징금의 산정 기준이 잘못됐다며 공정위에 이를 재산정하라고 주문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지난달 27일 공정위가 고철(철스크랩) 구매값 담합을 이유로 부과한 시정명령과 과징금이 부당하다며 현대제철이 제기한 소송에서 시정명령 취소에 대한 청구는 기각하고 과징금 납부 취소에 대한 청구는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관련기업 구매 담당자들 간 접촉·교류를 통해 철스크랩 기준 가격에 관한 중요 정보를 교환하고 이를 이용해 기준 가격의 변동 폭 및 그 시기를 결정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공정거래 사건은 공정위 판단이 1심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서울고법에서 2심을 맡는다. 앞서 공정위는 2021년 1월 8년간 철스크랩 구매 과정에서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현대제철 등 7개 제강사에 부당경쟁 제한행위 중지, 가격결정 관련 정보 교환 금지 등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에 따른 과징금 3000억8300만원(현대제철 909억58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현대제철 등이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약 8년간 철근 등 제강제품 원재료인 철스크랩 구매 기준가격 변동폭과 그 시기 등을 합의하고 실행한 것으로 봤다. 철스크랩 구매기준가격 변동계획과 재고량·입고량, 수입계획 등 가격에 미칠 수 있는 주요 정보를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원고를 포함한 사업자들은 구매팀장 모임을 통해 철스크랩 기준가격을 명시적으로 합의하거나, 구매팀 실무자들이 유선 또는 문자 등 의사연락을 통해 철스크랩 관련 중요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철스크랩 기준가격을 명시적·묵시적으로 합의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현대제철의 담합 행위를 인정하면서도 과징금은 일부 조정돼야 한다며 이를 취소했다. 재판부는 “사업자가 철스크랩 가격을 인상하는 방법의 하나인 특별구매 중 하치장 단가 구매분과 발생처 직구매분은 공동행위로 영향을 받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과징금 부과의 기초가 되는 관련 매출액 산정에서 이를 제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는 원고의 과거 5년 간 위반행위 횟수가 3차례, 법 위반 점수가 8점이라고 보아 과징금 기본 산정기준의 40%를 가중했다. 하지만 원고의 위반행위 횟수는 2차례, 법위반 점수는 5점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40% 가중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재산정돼야 한다”며 과징금 납부명령을 취소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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