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투자 모집책 ‘돌려막기’ 사기 유죄

2025-12-03 13:00:49 게재

출금 중단 사실 숨기고, 원금 보장 투자 권유

1·2심, 무죄 → 대법,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

“50명 모집, 돌려막기 운용…미필적 고의 인정”

디지털 자산 투자 사기 의혹을 받는 비트코인 투자 회사 ‘렌벨캐피탈’의 모집책으로 활동하다 사기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판단했다. 원심에서는 피고인 역시 상위 사업자에게 속은 피해자일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사기죄를 인정하지 않았으나, 대법원은 일명 ‘돌려막기’ 방식을 활용하며 하위 투자자 50여명을 관리한 것 등을 볼 때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달 6일 가상화폐(코인) 투자 사기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미국 비트코인 투자 회사 ‘렌밸캐피탈’의 대전 지역 투자자 모집책으로 활동하며 2019년 1월 피해자에게 투자를 권유했다. A씨는 직원을 통해 피해자에게 “렌밸캐피탈에 코인을 투자하면 10개월 뒤 코인이 오른 가격으로 원금을 정산해주며, 코인 가격이 내려가도 원금은 100% 보장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렌밸캐피탈은 아무런 수익 창출 구조 없이 투자금을 일명 ‘돌려막기’하여 수익금을 지급하는 유사수신업체였다. 특히 2018년 12월경 회사 홈페이지가 정지되어 투자금 입금 및 수익금 출금이 중단된 상태였다.

A씨는 이같이 피해자를 기망해 2019년 1월 18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총 4607만원을 송금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1, 2심은 해당 회사가 아무런 실체 없이 돌려막기식으로 수익금을 지급하는 회사라거나 원금과 수익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김씨가 알았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행위자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 여부는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않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상황 등 구체적 사정을 기초로 일반인이라면 해당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고려해 심리상태를 추인해야 한다”는 판례를 들었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지위와 역할, 투자자 모집 기간 등에 비춰 회사가 다단계 피라미드 구조의 유사수신업체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원금 반환과 수익금 지급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면서도 피해자를 속여 투자금을 가로챘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 김씨가 본사로부터 제공받은 투자설명에 관한 자료 역시 홍보 자료나 인터뷰 자료에 불과한 점, 그런데도 회사가 실제 비트코인 선물 거래 등을 통해 고율의 수익을 얻고 있는지 확인하려는 노력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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