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의 조절 기능이 무너지면 비염이 시작된다
일산 유용우한의원 유용우 원장의 비염이야기 ①
코는 단순한 숨의 통로가 아니다
코는 공기가 드나드는 길이 아니라 우리 몸을 보호하는 첫 번째 방어 기관이다. 외부 공기가 몸속에 들어오기 전에 온도와 습도를 우리 몸에 적합한 상태로 조절하고, 먼지와 세균을 걸러낸다. 아이가 감기나 비염에 반복적으로 시달린다면 면역력보다 코 기능 약화가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공기를 단 0.25초 만에 바꿔내는 코
비강의 측면에 있는 상·중·하 비갑개에는 촘촘한 모세혈관이 분포해 외부 공기가 지나가는 순간 히터처럼 공기를 데워 준다. 외부의 차갑거나 뜨거운 공기는 코를 통과할 때 인후에서 약 30~32℃, 폐에 도달할 때는 정상 체온인 약 36.5℃가 된다. 이 조절 과정은 단 0.25초 안에 일어난다. 만약 36.5℃로 도달하지 못하면 가스교환 효율이 떨어지고 폐렴에 걸리기 쉬운 위중한 상태가 된다.
심폐를 중심으로 심부 체온이 안정돼야 장기와 조직이 제 기능을 하므로, 코는 호흡뿐 아니라 전신 건강을 지키는 데 핵심적이다.
콧물은 방어의 증거
코는 습도 조절도 맡고 있다. 비강과 부비동의 분비선에서 하루 1,000cc의 점액이 생성되며, 이는 습도 유지와 세균 포착을 동시에 수행한다. 건조한 공기가 들어오면 비갑개와 부비동이 즉시 습기를 공급해 폐가 편안한 상태로 호흡하도록 만들고, 숨을 내쉴 때는 폐의 따뜻한 수분이 다시 코에 회수된다. 이 순환 덕분에 체내 수분 손실이 과도하게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콧물이 많다는 것은 단순 불편함이 아니라 방어가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비염은 균형이 무너졌다는 경고
코의 조절 기능이 약해지면 비염이 발생한다. 즉 가온 가습을 절절한 수준까지 못하는 순간부터가 비염상태인 것이다.
따라서 비염은 단순히 염증이 생긴 질환이 아니라, 내부 조절력과 외부 자극 사이의 균형이 깨진 결과다. 미세먼지·건조한 환경·온도 변화 같은 외부 요인과 더불어 코 점막 기능 저하·면역 불균형 같은 내부 요인이 함께 작용할 때 비염은 쉽게 만성화된다. 특히 아이는 비염이 지속되면 수면 질 저하, 성장·집중력·정서 안정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방치해서는 안 된다.
치료의 핵심은 기능 회복
비염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외부 환경 관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내 온습도 관리, 먼지·진드기 제거 등은 기본이며, 그보다 중요한 것은 코가 원래 가진 기능을 회복시키는 치료다. 즉 적절한 점액 분비와 가온 가습 능력의 코 점막 상태와 면역 균형이 회복되어야 외부 자극에도 흔들리지 않고, 비염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비염을 “그때그때 억제하는 증상”이 아니라, 조절력을 잃은 몸의 경고 신호로 바라볼 때 치료 방향이 달라진다. 코의 기능이 살아나면 호흡이 안정되고, 호흡이 안정되면 성장·수면·집중력·전신 건강이 함께 나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