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관세협정 확대, 우리 농축산물 경쟁력은 3

수입 판치는 화훼산업…틈새시장 찾는다

2025-12-04 13:00:38 게재

접목선인장 생산 90% 해외 수출 … 단감은 필리핀 수출, 중국과는 검역협상 마무리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수입 농산물 확대에 맞서 틈새시장을 찾는 국내 농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외국산이 장악한 국내 화훼시장에서 국내 작물 생산을 명목을 이으며 수출량을 늘리는 농가들이다.

대표 수출 작목인 접목선인장은 화훼류 대표 수출 작목이면서 국산 품종 보급률이 100%다. 4일 농촌진흥청 등에 따르면 접목선인장은 비모란과 삼각주 등 두개를 이어 붙여 만든 선인장으로 한국산 품종 생산량의 80~90%를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1990년 수출이 본격화한 이후 30년 이상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주요 수출국은 미국 네덜란드 캐나다 호주 일본 등이다.

접목선인장은 꽃이 아니기 때문에 시들지 않고 동그란 몸체에 색소가 진해 오랫동안 색을 감상할 수 있다.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두면 색소 발현이 잘돼 1년 이상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 다육식물 특성상 체내에 수분이 가득해 쉽게 시들거나 고사하지 않는 장점도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선인장 온실에서 지난달 ‘국산 접목선인장 평가회’가 열린 가운데 연구원들이 수출 유망 자원의 생육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농촌진흥청 제공

◆고양 음성 상주 등으로 생산지 확대 = 199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는 네덜란드가 주요 시장이었지만 2010년대 이후에는 미국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 수출액은 2012년 116만달러에서 2021년 303만달러로 10년간 약 3배 증가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시장으로 향후 수출 전망도 밝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으로 미국 유럽 등 많은 국가들에서 봉쇄가 이뤄지고 물류비 폭등, 운송 대란이 발생했지만 2020년과 2021년 각각 432만달러, 489만달러를 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해외에서 한국산 접목선인장의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접목선인장의 국내 주산지는 경기 고양시, 충북 음성군, 경북 상주시 등이다. 예전에 비해 국내 생산지도 점차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달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화훼 연구 온실에서 새 접목선인장을 선보이는 평가회를 개최했다.

이번 평가회에는 색상이 선명하고 잘 자라는(증식력) 4개 계통과 ‘아홍’ ‘연빛’ 등 기존에 개발한 우수 품종을 선보였다. ‘원교 G1-360’ 계통은 진한 붉은색으로 균형미가 우수하다. 어미 선인장을 중심으로 자식 선인장이 골고루 달려 균형미와 증식력이 우수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원교 G1-361’ ‘원교G1-362’ 등은 밝은 황색으로 색이 선명하며 조직이 비교적 단단해 수송성이 우수하다. ‘원교 G1-363’ 계통은 분홍색을 지니며 기존에 강한 빛에 약했던 특성을 개선해 빛이 강한 환경에서도 색이 오랫동안 잘 유지된다.

농촌진흥청은 아홍 등 접목선인장 100여종 이상을 개발해 보급해왔다.

이영란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화훼기초기반과장은 “접목선인장은 국내 보급률이 매우 높은 수출 효자 작목으로, 국산 품종에 대한 농가 수요가 많다”며 “이번 평가회에서 선발한 우수 품종을 농가에 신속하게 보급해 수출 활성화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접목선인장 ‘아홍’
접목선인장 ‘포황’

◆단감 품종개량, 수출량 165% 증가 = 한국산 단감도 해외에서 인기를 끌면서 수출량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함안단감이 필리핀으로 수출한 이후 올해는 중국과 검역협상을 마무리했다. 중국은 단감 생산량이 많지만 한국산에 비해 단맛이 떨어져 한국산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기존 주요 품종인 ‘태추’는 고품질임에도 불구하고 수꽃 착생이 많아 결실(열매맺음) 불량이 발생하고 과피에 윤문이 나타나는 등 재배 안정성과 외관 품질 면에서 한계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고 소비자 만족도 향상과 새로운 수출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기존 품종의 단점을 개선한 다양한 품종 개발이 시작됐다.

연시는 수확한 감에서 떫은맛을 없애 부드럽고 달콤하게 만든 감을 말한다. 홍시가 나무에서 자연적으로 익은 감이라면 연시는 수확 후 에틸렌 처리 등 인위적인 후숙 과정을 거쳐 말랑하게 만든 감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연시는 부드러운 식감과 진한 단맛이 장점이다. 최근 단감 중에서도 연시로 즐길 수 있는 품종 ‘봉황’이 개발됐다.

‘봉황’은 ‘RN252’와 ‘태추’를 교배해 얻은 완전단감이다. 수확 직후 아삭한 식감의 생과로도 맛있지만 시간이 지나 과육이 연해지면 연시처럼 부드럽고 달콤한 맛을 낸다.

기존 단감은 숙성 과정에서 과육이 물이 흐르는 것처럼 식미가 떨어져 연시로 활용하기 어려웠지만 ‘봉황’은 쫀득한 식미가 있어 단맛 증가로 두가지 형태로 즐길 수 있는 혁신 품종이다. ‘봉황’의 평균 과중은 250~300g로 크기는 ‘부유’와 유사하지만 평균 당도는 16~17브릭스로 2~3브릭스 높다. 과즙이 풍부해 달콤한 맛이 두드러진다.

재배에서도 꼭지들림이나 열과 등의 생리장해가 거의 없고 노동력이 절반 이상 절감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간편하게 섭취하는 과일’이 중요한 소비 경향으로 떠올랐다. 2023년 과일 소비자 조사 결과 20~30대 응답자의 60% 이상이 ‘껍질째 먹을 수 있는 과일’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과일 구매 시 고려 요인으로 ‘편리한 섭취’가 ‘가격’보다 높게 나타났다.

껍질을 깎고 씨를 골라내야 하는 번거로움보다는 바로 한입 베어 물 수 있는 간편한 과일이 선호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해 등장한 감 품종이 ‘진홍’이다. ‘진홍’은 ‘태추’와 ‘대안단감’을 교배해 육성된 완전단감으로 껍질이 얇고 부드러워 껍질째 먹어도 이질감이 거의 없다.

평균 과중은 330g의 대과종으로 당도는 16.5브릭스로 높다. ‘진홍’은 눈과 뼈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카로티노이드가 풍부히 들어 있다.

유혜경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농업연구사는 “진홍은 단감이 지닌 고유한 달콤함에 간편함과 건강을 더한 품종으로 국내 소비자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주목받는 품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전했다.

품종 개선으로 단감(2024년 9~12월산) 수출량은 전년동기 대비 165.8% 증가한 3069톤을 기록했다.

한편 일본과 스페인은 고당도·대과형 품종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씨없고 고품질의 스페인산 감’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아 유럽연합(EU) 내 프리미엄 시장을 넓혔다. 유럽에서는 이에 힘입어 단감 소비가 확대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은 최근 5년간 감 가공품(곶감 등) 수출액이 크게 늘어 생과 뿐 아니라 가공품 산업을 강화해 소비층을 넓혀가고 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환경에 맞는 품종을 육성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가운데 국내농가들은 단감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품종개발이 확대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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