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오리에서 천상의 백조로…핵심은 사람”
조석 현 HD현대 부회장
‘하모나이저’ 출간 눈길
2019년말. 2년 연속 1000억원대 적자를 내던 HD현대일렉트릭에 외부 출신 최고경영자(CEO)가 취임했다. 지식경제부 제2차관,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세계원전사업자협회(WANO) 회장을 지낸 조 석(사진) 현 HD현대 부회장이다.
그가 이끄는 동안 HD현대일렉트릭은 1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이후 매년 성장을 거듭했다. 2024년 영업이익 6690억원을 올렸으며, 코스피 상장사 중 주가상승률 1위라는 기록을 세웠다.
‘HD현대일렉트릭의 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조 석 부회장은 여기에 대한 대답을 자신의 신간 ‘하모나이저’(부제 : 조화는 어떻게 조직의 문화를 변화시키는가, 출판 메디치미디어)에 담았다.
조 부회장에 대한 기사에는 흑자, 해결사, 마법사 승부수 같은 단어가 따라다닌다. 적자에 허덕이던 회사를 미운 오리에서 천상의 백조로 탈바꿈시킨 것에 대한 찬사다.
이에 대해 그는 “사람이 전부”라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진 조화로운 경영과 리더십이 HD현대일렉트릭의 성공기법”이라고 말했다.
‘하모나이저’(Harmonizer)는 조화(하모니)와 합의를 이끌어 내는 사람이나 조직을 일컫는 말로 조 부회장의 경영철학을 응축한 말이다.
그는 전통적인 리더십과 하모나이저 리더십을 실시간 연동형 내비게이션에 비유했다. 과거 리더십은 한 사람의 경험과 지시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21세기에는 각 운전자, 즉 조직원들이 자신의 위치와 속도, 상황을 쌍방향 신호로 보내야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다.
이에 “리더는 그 신호를 왜곡 없이 받아 체계적으로 정리해 최적의 경로를 찾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요즘 각자도생의 시대라고들 하지만 그래서 더 섬세한 신호 수신과 수평적인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직원의 간절함을 읽고,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조직에 리더의 상상력을 더할 때 비로소 ‘행복한 조직’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또 “기업의 존재 이유는 단순한 이윤 추구를 넘어서야 한다”며 “주주 근로자 고객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행복과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더 높은 가치”라고 잘라 말했다. 이윤은 필수 조건일 뿐 충분조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의 신간은 △새로운 리더십, 실시간 연동형 내비게이션 △하모나이저의 힘, 심리적 안정감 △하모나이저의 다섯 가지 실행 엔진: 균형, 관용, 실천, 창의, 그리고 신뢰 △하모나이저, 목적으로서의 조직 문화 △통주저음 등 5장으로 구성됐다.
이중 통주저음은 바로크 음악에서 쉬지 않고 흐르는 베이스 선율처럼, 조 부회장의 경영 철학과 산업·에너지 정책에 대한 생각이 바닥에서 계속 흐르고 있다는 의미다.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부) 출신 고위공직자로서 그가 오랜 기간 품어온 산업·에너지 정책에 대한 내용도 함께 담겨 기업경영의 현장과 국가 에너지 비전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보여준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