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기습 폭설에…제설차도 발묶였다
서울·경기 곳곳 고립
제설차 가동 지연돼
퇴근길 교통 마비도
갑작스레 쏟아진 폭설에 수도권 교통이 마비됐다. 서울에선 내부순환도로 전 구간 진입이 통제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김민석 국무총리는 한반중 긴급 제설을 지시하는 등 긴박한 상황이 이어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4일 저녁 내린 폭설로 18개 노선 37개 도로구간이 통제됐다. 퇴근시간 갑자기 내린 눈으로 곳곳에서 수백대의 차량이 고립됐고 크고 작은 충돌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시는 폭설 하루 전부터 대형 첫눈에 대비했지만 기습 폭설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시는 눈 예보에 앞서 비상근무 1단계를 발령하고 공무원 5052명, 제설장비 1145대를 준비하는 등 눈폭탄에 대비했다. 하지만 갑작스레 내린 눈 때문에 제설장비가 제때 현장에 투입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서울은 겨울철 잦은 눈과 재해 경험으로 인해 제설 장비와 인력이 매우 잘 갖춰져 있지만 제설차마저 기습 폭설에 발이 묶인 것이다. 시 관계자는 “폭설로 제설차가 제때 출동하기 어려웠다”며 “단시간에 많은 눈이 오다보니 대응에 어려움이 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폭설 예보가 돼있었는데 장비와 염화칼슘 등 자재를 사전에 투입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일정 수준 이상 눈이 와야 장비를 투입할 수 있는 규정이 있고 염화칼슘도 차량흐름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미리 살포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상기후가 일상화된 최근 현실을 감안하면 폭설 대응 체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재난안전 전문가는 “여름 폭우도 100년 이내 최대치를 넘는 경우가 많은 만큼 폭설 또한 예상치를 뛰어넘는 상황이 수시로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눈이 온 뒤에 제설차가 출동하는 게 아니라 예고가 된 상황이면 현장 근처에 미리 대기 시킨다거나 염화칼슘도 최대한 미리 살포하는 등 변화된 기후 현상에 맞는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습 폭우와 퇴근길 교통대란을 무방비로 맞이한 서울시도 이같은 지적을 반영해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예기치 않은 기후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관련 시스템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설주의보는 해제됐지만 서울과 경기권 전역에 영하권 추위가 지속되면서 출근길 교통 정체가 이어지고 있다. 도로 결빙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늘어나면서 출근길 혼잡도 이어졌다.
서울시는 5일 출근 시간대 지하철 운행을 20회 늘리고 버스 출근길 집중 배차시간을 30분 연장하는 등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 정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제설대책을 점검하고 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