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체제 전쟁’ 깃발…보수 결집? 고립?
“국보법 폐지 발의, 대한민국 간첩 천국 만들겠다는 것”
중도층 국힘 지지 17% 머물러 … “극우집단으로 고립”
계엄 1년을 정면돌파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이번에는 ‘체제 전쟁’을 강조하고 나섰다. 연일 보수 결집 행보를 고수하는 것. ‘선 보수 결집, 후 중도 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읽힌다. 다만 일각에서는 “보수 결집만 외치다가 자칫 극우집단으로 고립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장 대표는 3일 계엄 1년을 맞아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며 계엄을 옹호하는 뉘앙스의 메시지를 내놓았다. 계엄에 우호적인 평가가 상대적으로 많은 보수층과 국민의힘 지지층을 의식한 행보로 읽혔다.
장 대표는 4일에는 SNS를 통해 범여권의 국가보안법 폐지안 발의를 겨냥한 비판을 쏟아내면서 ‘체제 전쟁’에 불을 붙였다.
장 대표는 “12월 1일 진보당과 민주당이 연대해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발의했다. 간첩 말고는 누구도 불편하지 않은 법을 폐지하겠다는 것은 결국 대한민국을 간첩 천국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일명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을 거론하며 “2019년 (북한의) 지령문에는 ‘검찰 개혁을 당면 과제로 내세우고, 공수처 설치와 선거법 개정을 반대하는 보수 정당에 대한 투쟁을 벌이라’고 나와 있다. 2019년 12월, 공수처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선거법이 차례차례 국회를 통과했다. 결국 북한의 지령대로 공수처가 만들어졌고 좌파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이 이뤄졌다. 그리고 지금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대표는 앞서 “내년 지방선거는 체제 전쟁이 될 것이다”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 체제로 가려는 걸 막아야 한다”며 ‘체제 전쟁’을 강조했다. 최근 정국은 단순한 여야 대치가 아니라 ‘체제 전쟁’이라는 인식이다.
장 대표의 행보는 철저히 보수 결집을 겨냥한 수순으로 읽힌다. 탄핵과 대선 패배에 실망해 뿔뿔이 흩어진 보수층을 재결집시켜 정권탈환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체제 전쟁’ 주장이 여론의 설득력을 얻으면 중도 확장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엿보인다.
장 대표측 인사는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을 예로 들면서 “너무나 명확한 팩트가 있기 때문에 (장 대표 주장이) 단순히 ‘색깔론’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보수층 뿐 아니라 중도층도 (간첩단 사건의) 실체를 알게 된다면 (‘체제 전쟁’ 주장에) 호응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장 대표측 기대와 달리 보수 결집 행보가 자칫 ‘극우 고립’으로 귀결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국갤럽(2~4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의 정당지지율 조사에서 민주당 43%, 국민의힘 24%였다. 중도층에서는 민주당 42%, 국민의힘 17%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보수층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56%에 그쳤다. 보수층의 절반만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것. 국민의힘이 극우집단으로 고립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국민의힘 비윤계 인사는 “장 대표의 계엄 옹호와 간첩 천국 주장은 중도층은 물론이고 합러적 보수층조차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자꾸 이렇게 가면 국민의힘은 극우집단으로 고립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