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만손 시계 국산 둔갑 “사전 인지” 법정 증언
직원 “2022년부터 원산지 삭제 알아”
허위 판매 혐의, “대표 개입은 불분명”
주얼리업체 제이에스티나(J.ESTINA)가 자사 손목시계 ‘로만손’을 중국에서 들여오고도 국산으로 판매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가운데, 이전부터 회사가 이 같은 문제를 알고 있었다는 내부 직원의 증언이 법정에서 나왔다.
서울동부지방법원 형사1단독(김상우 부장판사)은 4일 대외무역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유미 제이에스티나 대표와 임직원 등 5명에 대한 속행 재판을 진행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시계사업부 직원 A씨는 “2022년 9~10월쯤 이미 원산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며 “원산지를 삭제하고 있다는 것은 (당시) 회사 내부에서는 쉬쉬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시계에 메이드 인 코리아 표기가 어려운 구조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며 “(이는) 전사적 리스크로 짚어야 할 문제였다”고 덧붙였다.
A씨는 또 “매출이 중요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회사 분위기를 느꼈다”면서도 “대표가 원산지 삭제 문제를 명확히 알고 있었는지는 단정할 수 없다”고 증언했다.
A씨는 세관 단속 후 김 대표로부터 “카톡을 보내지 말라”는 메시지를 받았고 이후 문자를 삭제했다고도 증언했다. 그는 이 사건으로 약식기소돼 벌금 1000만원을 확정받았고 “현재는 회사 조직에서 따로 분리돼 있다”고 밝혔다.
피고인 변호인들은 이날 검찰이 제출한 증거 자료 중 참고자료가 섞여 있다며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은 자료가 포함돼 있어 별도의 새로운 증거목록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제이에스티나는 김기문 현 중소기업중앙회장이 1988년 설립한 로만손의 후신으로, 2016년 사명을 변경했다. 김 회장은 2020년까지 대표를 맡았는데 현재는 주얼리·핸드백 등으로 사업을 확장한 패션기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4월 김 대표 등이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에서 약 12만개의 손목시계를 싸게 들여온 뒤 제품 표기를 아세톤 등으로 지우고 재조립해 판매했다며 불구속 기소했다. 또 2023년 다른 회사에서 제조한 시계를 자사 생산품인 것처럼 증명서를 발급받아 납품한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김 회장과 본부장 등 임직원 5명도 약식기소했다.
이전 재판에서 김 대표측은 원산지 허위표시는 김 대표 취임 이전부터 이어진 관행으로 자신들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측은 “주얼리와 가방 부문을 담당했기 때문에 굳이 시계 원산지 표기를 허위로 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김 회장은 지난 5월 약식기소된 건으로 벌금 5000만원이 확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