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청소노동자 발암 ‘산재’
유방암 손 모씨, 근로복지공단 산재 불승인에 소송
법원 “OLED공장 유해물질에 광범위 노출 추정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에서 일하다 암을 진단받은 청소노동자가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불인정 처분 취소해달라며 법원에 낸 소송에서 이겼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박은지 판사는 지난달 26일 해당 공장 청소노동자 손 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손씨는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약 8년간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에서 협력업체 소속으로 청소 업무를 담당했다. 하루 평균 8시간씩 OLED 생산라인 전체를 오가며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먼지와 약품을 닦고 정리했다.
생산설비가 있는 생산층뿐만 아니라 기계 운용을 위해 필요한 펌프·냉각기, 배관 등이 있는 보조설비층도 손씨의 청소 영역이었다. 보조설비층에 들어갈 때에는 머리 위에 있는 생산설비층과 배관들에서 유해물질이 떨어질 수 있어 헬멧을 쓰고 청소 작업을 했다.
배관에서 액체가 새면 테스트지를 갖다 대 반응 여부·색깔·냄새 등을 관찰해 신고하고 지퍼백에 담기지 않은 시약 공병을 모아둔 박스를 치웠다. 방독면을 쓴 엔지니어들이 유해 화학물질을 내보내는 굴뚝을 청소하고 나면, 손씨는 그 잔여물을 특별한 보호 장구 없이 청소했다.
그러다 손씨는 2019년 왼쪽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 공단은 원고가 단지 청소업무를 수행하였기 때문에 제조 공정 노동자들보다 유해물질 노출의 빈도와 정도가 높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원고의 유방암이 직업성 질병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박은지 판사는 “서울지역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청소업무를 수행하는 원고가 제조공정 오퍼레이터에 비해 유해물질 노출의 빈도와 정도가 높지 않다고 보았지만, 원고가 청소 업무를 수행한 구역을 고려하면 OLED 생산의 전 공정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유해물질에 광범위하게 노출되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1일 8시간 동안 OLED 생산라인 전체를 오가게 되므로 특정 구역에서 특정 작업을 수행하는 오퍼레이터와 비교할 때 노출된 유해물질의 종류는 더욱 다양할 수 있다. 따라서 OLED 생산라인 청소 근로자의 유해물질 노출 빈도와 정도가 낮다는 추정은 그 근거가 부족하다”며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불승인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원고를 대리한 강은희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반도체 제조 공정 노동자들 곁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의 산업재해는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다”며 “이번 판결 결과를 근로복지공단이 받아들여 이후로 제조 공정 오퍼레이터들과 마찬가지로 각종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하청노동자들의 산업재해 신청을 불승인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