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각종 규제…“헬스케어 사업 활성화 어렵네”
신사업 기대한 보험사들 골머리
보험사들이 미래 사업으로 꼽는 건강관리, 헬스케어 사업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한때 투자를 늘렸던 보험사들이 각종 규제로 머리를 꽁꽁 싸맨 모습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백경희 교수는 최근 ‘보험회사 헬스케어 사업 활성화를 위한 의료법 규제 개선 방안’ 연구보고서를 내고 “의료법과 보험사 헬스케어 활성화는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정부가 헬스케어 사업 활성화를 도모했지만 의료법 규제 완화와 보폭을 같이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헬스케어 사업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의 관점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 의료기관이 아닌 경우 헬스케어 사업을 무리하게 벌이다가 법적 논란에 직면하게 된다.
일반적인 보험사의 헬스케어 사업은 운동이나 식습관 체중 감량과 같은 일상적인 건강관리에서 시작한다. 해외에서는 의사와 상담, 병원 진료 및 입원 안내 등 서비스로 이어지지만 국내법상 시기상조다. 이로 인해 보험사 헬스케어 사업은 적극적 투자나 새로운 서비스 구상을 하지 못하고 있다. 고객들은 결국 보험사 헬스케어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부분 보험사들은 휴대폰 모바일앱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보험 가입자나 예비 고객들에 사용을 장려한다. 각종 혜택을 주면서 걷기부터 다양한 건강정보를 입력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모인 데이터들은 고객 건강관리는 물론 비슷한 연령대 표본으로 활용한다. 보다 구체적인 정보가 입력되면 보험사는 앱 사용자에게 진료나 검사를 권하는 등 질병 예방, 조기 발견 등의 효과를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의료영역에 해당한다.
현재 보험사들의 헬스케어 사업 수준은 초보적이다. 의료법에 저촉되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백 교수는 “근복적으로 의료는 구명성과 공공성이라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어 의료와 의료법은 보수적으로 접근해 왔다”며 “보험사 헬스케어 사업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지만 의료법 규제완화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게 현실”고 설명했다.
실제 의료행위가 아닌 건강관리와 의료행위 사이의 경계가 불명확하다. 외국의 민간보험사들은 제휴한 병원을 가입자들에게 권한다. 보험사기를 방지하고, 보험금 청구와 지급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반려동물 전문 병원의 경우 일부 동물병원과 제휴를 해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쉽지 않다.
보험사가 운영하는 헬스케어 사업을 통해 특정 의료기관이나 의료인과 협력해 진료 및 입원 예약, 전원 등을 중개하면 영리목적의 환자 유인행위가 될 수 있다.
예외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할 수 있는 현재 상황도 한계지점이 명확하다. 특히 보험사 헬스케어앱이 특정 의사와의 전화상담이나 특정 의료기관과의 제휴를 판례상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보다 일찍이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은 사회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헬스케어사업을 활성화했다. 의료비 지출과 국민의 ‘건강한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조치다. 원격 의료 규제를 완화하고, 왕진 의사, 출장 조산사도 인정하고 있다.
의료법은 각국의 사회 문화적 상황을 반영하고 있어 이를 일률적으로 대입하는 것은 무리다. 다만 이러한 규제 완화로 인해 일본 보험사들은 보험과 간병사업에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한 ‘실시간 데이터 플랫폼’을 운영하기도 한다.
독일 알리안츠는 헬스케어 사업과 인공지능을 접목시켰다. 고객이 특정 증상을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증상과 질병을 잠정적으로 분석하고, 필요할 경우 의사와의 원격진료를 연결한다. 아예 처방된 약까지 배송한다.
백 교수는 헬스케어 사업으로 인한 사회적 잇점이 있다고 보고 △의료행위와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의 분리 △간호사 상담행위의 적법한 범위 설정 △진료예약 및 특정 의료기관 등 연계에 대한 주의 △의료법상 원격의료 범위 확대 필요 등을 제시했다.
그는 백 교수는 현실적으로 “간호사와의 상담은 그 내용에 따라 의사의 ‘진단’ 영역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며 “이에 해당하지 않도록 관련 사례를 분석해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현재 의료법상 의사의 비대면 진료가 어렵기 때문에, 규제 대상이 아닌 간호사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대안으로 고려할만하다는 이야기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