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특별감찰관’ 10년째 임명 안해
‘김남국 인사청탁’ 파문으로 다시 도마 올라
국회 “공식요청 없어” … 대통령 의지 문제
최근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과 강훈식 비서실장에게 인사청탁이 전달됐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특별감찰관의 부재’가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때 김건희 여사의 비리의혹이 불거지면서 특별감찰관 임명을 강도 높게 요구했지만 정권교체 이후엔 ‘감감 무소식’이다.
결국 대통령 측근을 감시하는 ‘특별감찰관’이 공석이 된지 10년째에 들어섰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공식적으로 ‘특별감찰관 후보에 대한 국회 추천’을 요구했지만 국회에서는 단 한차례도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여당 내에서는 ‘대통령의 의지 부재’로 보고 있다.
5일 국회의장실 핵심관계자는 “국회의장실쪽으로 특별감찰관 후보를 추천해 달라는 대통령실의 요구가 접수된 적은 없다”면서 “공식문서로 전달하진 않더라도 구두로라도 전달해야 절차를 진행할 수 있을 텐데 어떤 언급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언급하기는 했지만 공식적으로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과 관련한 요청이 없었고 당연히 당내에서 단 한차례도 이에 대해 논의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민주당 지도부의 핵심관계자는 “민주당에서는 대통령도 특별감찰관 추천을 요구했고 당 차원에서도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당에서는 추천 의지가 있지만 ‘대통령의 강력한 도입 의지’가 추천요청으로 실행되지는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3일 취임 후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특별감찰관 임명도 지금 국회에 요청하라고 해놨다”며 “되게 불편하고, 저와 가족, 가까운 사람들이 불행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이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이후에도 대통령의 ‘요청하라’는 지시는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회 추천을 기다리는 단계”라고만 말했다.
특별감찰관법에서는 ‘국회가 15년 이상의 변호사 중 3명의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추천한다’고 돼 있다.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의 요청’이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여당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는 대통령의 임명 의지가 국회에서의 추천절차 진행과 맞물릴 수밖에 없다.
대통령 입장에서는 가족과 대통령실 수석 등 측근들을 상시적으로 지켜보는 ‘감시자’가 불편할 수 있어 특별감찰관 임명에 부정적일 가능성이 높다. 특별감찰관의 감찰대상자는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과 △대통령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의 공무원이다.
민주당 요구와 여야 합의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용해 도입된 특별감찰관제는 2016년부터 빈자리였다. 2015년에 임명된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우병우 민정수석, 박 전 대통령의 여동생 박근령, 측근인 정윤회의 아내 최순실, 안종범 수석에 대한 감찰 등으로 대통령실과 마찰을 빚었고 결국 2016년 9월에 사임했다. 이후 9년 3개월 동안 특별감찰관 자리는 빈자리로 유지됐다.
특별감찰관법 제8조는 ‘결원된 때에는 결원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후임자를 임명하여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넣어놨지만 박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 윤석열 전 대통령에 이어 이 대통령까지 법 위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때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도입에 주력하면서 ‘특별감찰관제 임명’을 미뤄왔다가 결국 무력화시켰다.
박준규·김형선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