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도 지원’ 사모펀드 먼저 움직여
한앤코 소유 선사 부산이전
HMM 소유 해진공 등 주목
‘해양수도’ 부산으로 옮기는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특별법이 시행되자 해운회사에 투자한 사모펀드가 먼저 움직였다. 국내 최대 해운기업 HMM의 1, 2대 주주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의 다음 움직임이 주목된다.
국내 대표적 사모펀드 중 하나인 한앤컴퍼니(한앤코)가 최대 주주인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은 5일 부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관련 절차를 거쳐 내년 1월 중 부산으로 본사를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도 참석했다.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은 지난 5월 대통령선거 기간 중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공약한 더불어민주당에서 HMM 등 해운대기업 부산 이전을 발표하면서 이전을 추진하던 곳이었다. 당시 김두영 SK해운 노조위원장이 함께 하면서 민주당에서는 이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SK해운은 원유 석유제품 액화천연가스(LNG) 액화석유가스( LPG) 건화물 등을 주로 운송한다. 1982년 설립, SK그룹이 운영하던 SK해운은 2018년 한앤코가 지분 71%를 인수하며 최대 주주가 바뀌었다. 하지만 SK주식회사가 지분 16.6%를 소유하면서 명칭은 그대로 SK해운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현재 최대 주주는 한앤코탱커홀딩스 유한회사로 71.4% 지분을 갖고 있다.
지난해 매출(연결기준) 1조9812억원, 영업이익 3957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19.9%다. 당기순이익은 636억원을 기록했다. SK싱가폴·유럽 등 종속회사 6곳이 포함됐다.
에이치라인해운은 한진해운 벌커선사업부가 전신이다. 한앤코가 2014년 블라인드펀드 1호를 통해 당시 한진해운의 벌크선사업부를 인수하며 에이치라인해운이 출발했다.
지난해 매출액 약 1조3000억원, 영업이익 290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21.8%다. 당기순이익 321억원을 기록했다. 한앤코마린인프라스트럭쳐홀딩스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양사는 모두 부산사옥을 확충하거나 인근에 사무실을 구해 본사를 이전할 계획이다.
한앤코가 해운기업들 본사를 부산으로 옮기기로 하면서 정부와 부산시 등이 이들에게 제공할 지원정책에 관심이 쏠린다.
4일 시행된 ‘부산 해양수도 이전기관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하는 이전기관 및 이전기업의 이전지원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고 관련 시책을 수립·추진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한앤코는 현재 SK해운 주식을 매각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HMM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해 추진하던 매각협상은 양측의 매각·인수가격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지난 8월 무산된 바 있다.
에너지공기업들과 장기계약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에이치라인해운도 올해와 내년 끝나는 장기계약을 연장해야 한다.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인 투자수익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모펀드가 운영 중인 해운기업이 해양수도건설에 부응해 부산으로 이전하면서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70% 지분을 갖고 있는 HMM의 부산 이전도 주목받고 있다.
HMM은 육상노동조합이 부산 이전에 강력 반발하면서 정부가 이전 강행에 앞서 우선 노사협상을 거론하고 있다. HMM 육상노조는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대주주가 노동조합과의 협의 없이 본사 이전 절차를 강행한다면 지체 없이 총파업 태세에 돌입하겠다”며 “타당성 없는 HMM 본사 이전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반면, 부산지역에서는 HMM 이전에 대한 정부의 후속 조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양수도부산발전협의회 등은 8일 “해수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는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의 부산 이전을 기화로 HMM 이전을 필두로 해양공공기관 이전 등 해양수도 구축을 위한 관련 정책 이행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