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제재’ 한전지침, 법률 불합치

2025-12-08 13:00:41 게재

서울고법 “계약위반에 입찰제한 2년, 국가계약법 위반”

“업체 경제적 손실 커, 한전 처분은 법령 처분보다 과중”

법원이 계약위반 업체를 2년간 입찰 제한한 한국전력공사 지침이 법률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놨다.

한전의 기자재공급자 관리지침은 계약상 조건을 위반한 경우 2년간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반면 국가계약법은 3개월간 제한할 수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법률이 예정하는 처분보다 과중한 한전의 지침이 업체에 큰 경제적 손실을 입힐 것이라며 위법하다고 봤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11-2부(윤종구 부장판사)는 주식회사 테크프로가 한전을 상대로 제기한 기자재 공급유자격 등록취소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의 항소심에서 지난달 26일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소송을 낸 테크프로는 2021년 7월 7일 전기공급용 개폐장치 6개 품목에 대해 한전의 기자재 공급유자격자로 등록돼 입찰 참가자격을 부여받았다. 이후 2023년 11월까지 26건의 계약을 체결하고 그 중 일부를 납품해 왔다. 그 과정에서 한전은 납품승인한 18건을 검사해 그 중 9건을 불합격으로 판정했고, 2023년 11월 22일 ‘성능확인시험 불응’을 이유로 기자재 공급유자격 등록을 취소했다. 이에 테크프로는 2024년 2월 5일 불복소송을 냈다.

테크프로는 “한전이 어떤 사유로 성능확인시험 대상으로 결정했는지 근거규정을 고지하지 않았다”며 “매출의 전부를 한전에 의존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주장했다.

1·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2부(고은설 부장판사)는 지난 2월 13일 한전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원고는 이 사건 지침에 따른 성능확인시험에 불응했다”며 “매출감소 등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으로 실현하려는 공익이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보다 크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 판단은 달랐다. 한전 처분의 적법 여부는 “그 자체로 상위의 헌법 또는 법률에 합치되는지 함께 판단해야 했다”며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봐 한전의 처분을 취소했다.

2심은 “(한전의) 제재 수위가 국가계약법령보다 더 높아 그 자체로 상위법령에 반하여 위법하다”며 “한전이 제재처분 기준을 기계적·형식적으로 적용했다”고 짚었다.

이어 “원고가 2년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받게 되면 사실상 영업정지처분에 버금가는 큰 경제적 손실을 보게 된다”며 “이 사건 처분으로 침해되는 사익이 공익보다 작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전의 처분은 법령에 정한 처분보다 과중해 사회통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었다”고 밝혔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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