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주희 변호사의 이혼소송 이야기 (5)

내 편인 변호사, 마냥 좋을까?

2025-12-08 13:00:42 게재

법률상담은 겉으로 보면 그저 비즈니스 미팅 같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소개팅과 닮아있다. 의뢰인은 ‘이 변호사가 정말 내 편이 되어줄까?’를 가장 궁금해한다. 그래서 상담 자리에서 승소 가능성을 장밋빛으로 설명하는 변호사에게 쉽게 마음이 기운다. 변호사 역시 의뢰인의 첫 진술만으로 사실관계를 모두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상담 단계에서는 공감과 지지를 표현하며 신뢰를 형성하려한다. 일종의 구애 과정이다. 소개팅에서 ‘이 사람이면 괜찮겠다’는 기대를 품듯, 의뢰인은 변호사에게 승소라는 미래를 기대하게 된다.

그러나 사건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변호사는 의뢰인이 그동안 감당해 온 현실을 증거와 기록을 통해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특히 각종 증거에 파묻혀 서면을 쓰다 보면 의뢰인이 그때 느꼈을 억울함과 분노가 마음속으로 밀려들고, 때로는 그 감정을 대신 터뜨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변호사가 의뢰인의 이야기 속으로 점점 스며드는 이 과정은, 의뢰인에게도 묘한 안정감을 준다. 자신의 상황을 온전히 이해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소송을 버틸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내 편인 변호사’는 언제나 승소할까? 결론은 그렇지 않다.

법정에서 판단하는 사람은 변호사가 아니라 판사다. 변호사가 아무리 의뢰인의 감정에 동화되어 강한 어조로 변론을 펼치더라도,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오히려 지나친 감정 이입은 사실관계에 매몰되어 핵심 쟁점을 흐리게 되고, 재판부와의 소통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결국 변호사의 역할은 의뢰인의 감정을 대신 폭발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판사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구조로 사건을 재편하는 일이다. 변론기일에서는 판사의 표정, 질문 방식, 비언어적인 행동까지 모두 신호가 된다. 판사가 어떤 부분을 의심하고, 무엇에 흥미를 보이며, 어떤 설명을 더 요구하는지 모두 읽어내야 한다. 이후 증거 신청과 서면 구성 역시 담당 판사의 성향과 재판부의 진행 방식에 맞추어 세밀하게 조율해야 한다.

즉 감정과 거리를 두되, 의뢰인의 이야기에서 핵심을 추려 가장 설득력 있는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 이러한 양면성을 갖춰야 하는 것이 변호사의 역할이다.

따라서 단순히 ‘내 편’이라는 이유만으로 변호사를 선택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좋은 변호사는 ‘내 편’처럼 공감해 주지만, 동시에 ‘판사의 세계’를 이해하는 사람이다.

감정은 함께하되, 판단은 냉정하게 유지하는 것. 이 두 가지가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승소에 가까워진다.

노주희

법무법인 새별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