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 쇼핑’ 소비자 결정 바꾼다
수천건 쇼핑 후기 요약도 한번에 … 인공지능 기반 개인 맞춤형 추천 경쟁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업계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전면에 배치하며 서비스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색·추천부터 쇼핑후기 요약, 고객상담까지 전 과정에 AI가 투입되면서 소비자 경험과 운영 효율 모두에서 가시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네플스)를 출시하면서, 리뷰 요약과 쇼핑 어시스턴트 기능을 전면에 내세웠다. 검색과 가격비교 중심이던 온라인 쇼핑 패턴이 AI 추천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네플스에서 가장 먼저 주목받은 기능은 ‘리뷰 요약 AI’다.
소비자가 상품을 선택할 때 가장 오래 걸리는 과정은 리뷰 탐색이다. 인기 상품은 수천개 리뷰가 쌓인다. 모든 후기를 읽기 어렵다. 네이버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이 방대한 리뷰를 핵심 문장 몇 줄로 압축한다. 장점 단점 사용자유형 주요 핵심단어(키워드) 등이 자동 정리된다. 소비자는 10초 안에 상품의 ‘전체 감성’을 파악할 수 있다.
업계는 이 기능이 구매전환율을 눈에 띄게 끌어올렸다고 평가한다. 네이버 내부 지표에 따르면 네플스를 통한 구매전환율은 기존 네이버 쇼핑 대비 2배 이상 높아졌다. 리뷰 탐색 시간이 줄고,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이 결정 요인으로 분석된다.
리뷰는 플랫폼에서 가장 중요한 ‘신뢰 자산’이다. 소비자는 리뷰를 근거로 구매를 결정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리뷰 품질은 들쭉날쭉했다. 광고 리뷰, 억지 후기, 보상 리워드 논란도 이어졌다.
AI 요약 기능은 이런 혼탁한 리뷰 환경 속에서 핵심 내용을 추출해 믿을 만한 지표를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쇼핑이 아니라 대화를 한다” = 네플스는 단순한 리뷰 요약에 그치지 않는다. ‘AI 쇼핑 어시스턴트’ 기능이 핵심이다. 사용자가 “가성비 좋은 무선청소기 추천해줘”라고 입력하면 가격·성능·리뷰 키워드·비교 항목을 분석해 최적 후보를 제시한다. 사용자가 더 상세한 요구를 말하면 추천은 더 정교해진다. 사용자는 검색창 대신 대화형 쇼핑을 이용한다. 검색어를 여러 번 입력하고 필터를 조정하는 과정이 사라진다.
“여행용으로 가볍고 배터리 오래 가는 모델만 보여줘”와 같은 자연어 요구에도 실시간으로 결과를 재구성한다.
업계에서는 이 기능이 검색의 종말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검색 기반 쇼핑이 추천 기반 쇼핑으로 이동하면서 플랫폼 내 체류시간이 늘고 구매 전환도 더 매끄럽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SSG닷컴도 생성형 AI 기반 고객센터 챗봇을 고도화해 반품·배송 문제 해결률을 높였다. 단순 조회형 질의뿐 아니라 “선물 옵션을 변경하고 싶다”와 같은 복합 요청도 자연어로 처리하도록 설계해 상담 인력 부담을 크게 줄였다는 설명이다.
카카오커머스는 메신저 기반 쇼핑에 생성형 AI를 결합했다. 카카오톡 내 ‘AI 선물추천’ 기능은 사용자가 상대 연령 관계 가격대를 입력하면 수만건 선물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 상품을 제안한다. 추천 근거까지 자연어로 제공해 사용자 피로도를 낮추는 것이 특징이다.
이커머스 플랫폼 ‘셀러 도구’에서도 생성형 AI 활용이 두드러진다.
롯데온과 일부 오픈마켓은 상품명·카피·상세설명을 자동 생성해주는 AI 리스팅 기능을 도입해 판매자 편의를 높이고 있다.
판매자가 사진 몇 장과 핵심 정보만 입력하면 키워드 최적화된 문구가 자동 작성되는 방식으로, 실제로 등록 속도가 30~50% 단축됐다는 내부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생성형 AI의 확산이 단순한 자동화 단계에서 ‘설명·제안·판단 보조’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검색과 상담처럼 소비자 접점에서 먼저 성과가 나타났고, 향후에는 수요예측·재고관리 등 운영 영역까지 통합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아마존의 가짜 리뷰 차단 = 글로벌 흐름도 비슷하다. 아마존은 여러 해 전부터 AI를 활용해 가짜 리뷰를 차단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계정 활동 패턴, 리뷰 작성 시간, 언어 구조, 연관 계정 등을 분석한다. 아마존은 2022년 한 해에만 2억건 이상의 의심 리뷰를 차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아마존은 올해 생성형 AI 기반 쇼핑 어시스턴트 ‘루퍼스’(Rufus)를 선보였다. 사용자 질문을 이해한 뒤 최적화된 상품 추천을 제공한다.
그러나 여전히 논란이 있다.
일부 해외 소비자 단체는 “AI가 조작된 리뷰를 기반으로 제품을 추천하는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생성형 AI가 잘못된 리뷰를 ‘신뢰성 있는 요약’으로 포장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AI가 리뷰의 품질을 일정 부분 정제하는 역할은 가능하지만, 쇼핑 후기 생태계 질을 근본적으로 보장하려면 플랫폼의 강력한 검증 시스템과 규제가 함께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