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무역흑자, 사상 첫 1조달러 돌파
트럼프 관세도 못 막은 수출 폭주 … 전세계 ‘중국산 쓰나미’ 제조업 비상
중국의 무역흑자가 올해 처음으로 1조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폭탄 부과도 중국의 전 세계로의 수출을 막지 못했다.
뉴욕타임즈는 8일(현지시간) 중국의 세관당국 ‘해관총서’ 발표를 인용해 중국의 1~11월 누계 무역흑자가 1조800억달러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은 1~11월 수출입 총액이 41조2100억위안을 기록하며 전년동기대비 3.6% 증가했다. 수출은 24조4600억위안으로 6.2%, 수입은 16조7500억위안으로 0.2% 각각 늘었다. 이에 7조7100억위안의 흑자를 기록했다.
무역의 흑자규모를 달러와 원화로 각각 환산(9일 기준)하면 1조903억6557만달러, 1602조2922억원에 이른다.
중국의 일대일로 참여국에 대한 수출입 규모는 21조3300억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늘었다. 중국 전체 대외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1.8%에 이른다.
◆미국 관세 우회 전략 본격화 = 중국은 미국이 부과한 고율관세로 올해 대미 수출이 20% 가까이 줄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1~10월 중국의 대미국 수출은 3522억달러로 전년대비 17.7% 감소했다. 수입도 1190억달러로 12.9% 줄었다. 1~10월 무역수지는 지난해 3599억달러에서 올해 2332억달러로 급감했다.
중국의 전체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4.6%에서 올해 11.4%로 3.2%p 감소했다. 중국의 전체 수입에서 미국비중은 6.4%에서 5.6%로 줄었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이 미국에서 수입하는 금액보다 수출하는 금액이 3배가량 많다.
이와 함께 중국 기업들은 동남아 멕시코 아프리카에서 최종 조립 후 미국으로 수출하는 방식으로 관세를 우회하고 있다. 사실상 ‘우회 수출’이 보편화된 것으로 관측된다.
뉴욕타임즈는 “중국제품은 자동차에서부터 태양광패널, 소비자 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유럽 동남아 중남미 아프리카 시장을 쓰나미처럼 휩쓸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 독일 등 제조강국의 자동차와 수출기업들은 중국 경쟁업체에 고객을 잃고 있다”며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 같은 곳의 공장들은 중국의 초저가 공세에 밀려 생산을 줄이거나 공장 폐업 사례가 잇따른다”고 보도했다.
◆위안화 약세·초저가 공세 = 중국의 무역흑자 급증 뒤에는 지속적인 위안화 약세와 중국내 디플레이션이 있다.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 중국지부 옌스 에스켈룬드 회장은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위안화가 유로 대비 30% 이상 저평가돼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유럽 제조업이 중국과 경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제조업 무역흑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 기준으로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의 무역흑자보다 크다. 당시 다른 제조국가들은 대부분 폐허상태였다.
이와 관련 국제통화기금(IMF)은 조만간 중국을 방문해 위안화 및 금융정책을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부에서도 소비 진작을 위해 위안화를 절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위안화 가치가 오르면 중국이 수입하는 휘발유 프랑스와인 일본화장품 등의 가격이 내려가 소비 여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푸단대학 장쥔 경제학부장은 “국내 수요 확대를 위해 중국은 무역흑자를 축소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무역적자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위안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중국 수출기업 수익성 악화 △제조업 고용 감소 △해외 기업의 중국 이전 속도 둔화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한국 제조업도 ‘직격탄’ 우려 = 무역전문가들은 중국의 초대형 무역흑자가 세계 제조업 질서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한다.
저렴한 중국산 제품의 범람, 위안화 약세, 공급망 재배치가 맞물리며 중국의 수출 주도 성장이 다시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중국산 전기차·태양광·배터리·철강 등에서 이미 직접적인 압박을 받고 있어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한국도 △공급망 전략 △환율 리스크 관리 △기술 초격차 확보 등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