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재원 없는 관광정책은 지속될 수 없다

2025-12-09 13:00:01 게재

해외로 나갈 때 내는 출국납부금이 지난해 1만원에서 7000원으로 낮아졌다. 출국납부금은 한국을 떠나는 모든 사람, 즉 한국인과 외국인이 함께 부담하는 재원으로 관광산업 기반을 조성하는 데 사용된다. 출국납부금 인하는 관광객에게는 부담이 줄어드는 반가운 변화였을 수 있지만 관광산업에는 예상보다 큰 파장을 낳았다.

당시 윤석열정부는 출국납부금을 포함한 여러 법정부담금을 일괄 인하하는 개편을 추진했다. 이에 관광 분야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재원 축소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로 영화 분야는 부담금 인하 이후 산업적 타격이 커지자 다시 정상화하는 법 개정이 이뤄졌다.

관광진흥개발기금 수입의 약 39%는 출국납부금 등 법정부담금에서 조성된다. 출국납부금 인하 이후 기금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며, 그 영향은 2025년 예산에 반영됐다. 국내관광역량강화 등 핵심 사업 예산이 20% 가까이 줄었고 한국관광공사 정부지원 예산은 9.7% 감소했다.

최근에는 관광 분야에서도 부담금 인하로 인한 재원 축소 문제와 제도 조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관광진흥개발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출국납부금을 2만원으로 인상하고, 지금까지 대통령령에 위임돼 있던 관련 규정을 법률로 상향하는 등의 내용이다. 제안 이유에는 출국납부금이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핵심 재원이라는 점, 대통령령만으로 금액이 쉽게 조정되는 구조에서는 안정적 기금 확보가 어렵다는 점 등이 지적됐다.

출국납부금은 1997년 제도 도입 이후 오랫동안 1만원에 머물러 있었다. 물가상승 등을 고려하면 이번 개정법률안은 늦어진 조정이자 현실화일 수 있다. 출국납부금을 7000원에서 2만원으로 높일 경우 연 5350억원 이상의 재원 확보가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재원은 중소 관광업체 융자, 지역관광 활성화, 인력 양성, 디지털 전환 등 관광산업의 기본 체력을 유지하는 데 사용하게 된다.

해외 흐름을 보면 이번 논의의 배경은 더욱 분명해진다. 일본은 출국세를 3~5배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홍콩과 대만은 이미 한국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유럽과 동남아 주요국도 항공세 관광세를 잇달아 올리는 등 여행객 증가에 맞춰 관광 기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관광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반 구축에 필요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마련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출국납부금 인상 논의는 단순히 금액 조정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앞으로 관광산업을 어떻게 성장시키고자 하는지와 맞닿아 있다. 이번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기반으로 관광산업의 기초 체력을 강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송현경 정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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