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기준금리 인상 전망…시장은 최종금리 상한에 주목
“중립금리 하한 올려서 금리 추가인상 여력 신호 줄 수도”
일본은행, 현재 중립금리 범위 1.0~2.5% 수준으로 추계
다음주 우에다 총재 발언 주목…시장에 충격 줄 가능성도
일본은행이 다음주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속에 최종 금리 수준에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일본은행이 중립금리 하단을 높이고, 최종 금리 수준도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일본은행이 다카이치 총리의 확장적 재정정책 추진 과정에서 독립성을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도 크다.
◆“일본은행 독립성 확보 과제” = 니혼게이자이신문은 9일 ‘금리인상 도달점 끌어 올리나’라는 분석 기사에서 “시장은 다음주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의 최종 도달점을 올릴 수 있음을 시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고 전했다.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현행 연 0.50%에서 0.75%로 인상하면서 최종 금리 수준을 추가로 높이면 엔화 가치 상승과 함께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도 있다. 이러한 관측이 나오는 데는 우에다 가즈오 총재의 최근 중립금리 관련 발언 때문이다. 우에다 총재는 지난 4일 “중립금리는 상당히 넓은 범위에서 밖에 추계할 수 없는 개념”이라며 “향후 좀더 범위를 좁힐 수 있다면 공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은행은 기존 중립금리 수준을 1.0~2.5% 수준으로 추계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최종 도달점을 중립금리 하한인 1.0%까지 올릴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따라서 최근 우에다 총재의 발언은 중립금리 하한을 1.0%보다 높이고, 결과적으로 기준금리 최종 수준을 기존 예상치보다 더 끌어올리는 효과를 내겠다는 의도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정책금리를 이번에 0.75% 정도로 올리면 남은 한차례 금리 인상으로 중립금리 하한에 도달한다”며 “추가 인상의 여지가 줄어드는 시그널을 주면 엔저 완화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남는다”고 분석했다.
한편 일본은행이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다카이치 정권으로부터 독립성이 침해될 가능성이 나온다. 가토 이즈루 도단리서치 사장은 “만약 2022년 영국에서 발생한 ‘트러스쇼크’와 같은 위기가 발생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라며 “당시 잉글랜드은행과 같은 역할을 일본은행이 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22년 9월 당시 리즈 트러스 총리가 대규모 감세안을 내놔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을 때 잉글랜드은행의 신속한 조치를 전례로 들면서 일본은행이 다카이치 정권으로부터 독립적인 결정을 할 수 있을지 우려한 것이다. 가토 사장은 “최근 국회 논쟁을 보면 ‘일본의 재정에 문제는 없다’거나 ‘지금 인플레는 일시적’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면서 “만약 장기금리가 급상승하면 ‘일본은행이 국채를 매입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일본 국채시장 외국인 비중 확대 = 일본 국채 유통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일본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초장기 국채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 매매 비중은 지난 10월 기준 59.6%에 달했다. 10월 기준 초장기채권 주된 투자자인 생명보험 비중은 7.9%, 투자신탁은행은 16.2%에 그쳤다.
외국인 비중은 2020년 1월 27.6%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 가운데 초장기 채권에 손대는 단기 투기세력이 일정하게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본은행이 2022년 12월 장기금리를 일정한 수준으로 잡아두는 정책(YCC)을 완화하고, 지난해 3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폐기한 이후 초장기 국채 금리는 빠르게 상승했다.
실제로 국채 20년물은 2022년 초 1.0%를 밑돌았지만 지금은 3.0%를 육박한다.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관계자는 “일본은행이 금융완화정책 해소에 나서는 상황에서 금리 변동폭이 커지고 있다”며 “해외투자자 입장에서는 수익을 낼 기회가 그만큼 커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일본 채권시장에서 장기 국채금리는 계속 상승세를 보였다. 8일 일본 도쿄 채권시장에서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1.965%까지 상승했다. 지난주 말 대비 0.015%p 높은 수준으로 2007년 6월 이후 약 18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20년물 국채 금리도 2.950%까지 상승해 지난주 말 대비 0.030%p 올랐다. 시장에서는 또 국채 40년물(3.680%)과 30년물(3.385%) 등 초장기 채권 금리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일본 국채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는 데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다 다카이치 정권의 재정운영에 대한 불투명성도 작용하고 있다. 다카이치 정권은 ‘책임있는 확장 재정’을 내걸고 최근 21조엔 규모의 추경 및 감세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여기에 내년도 본예산도 역대 최대 수준으로 편성할 것이라는 전망이어서 향후 국채발행이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