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절반이 연소득 100만 원 이하…실태조사에 ‘열악한 노동 현실’ 드러나
한국 작가들의 열악한 노동 현실이 확인됐다. 다음해 2월 정식 출범을 앞두고 있는 작가노조 준비위원회는 올해 3~5월 진행한 작가노동 실태조사 결과를 공유하며 “수십 년째 달라지지 않은 처우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라고 8일 밝혔다. 준비위는 11월 22일 용산 철도회관에서 결과 공유회를 열고 한국 출판 문학 미디어 생태계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갔다.
작가노조 준비위원회는 2023년 결성된 이후 시 소설 희곡 시나리오 인문사회 아동청소년 번역 만화 일러스트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이 참여해 노동조합 출범을 준비해 왔다. 이번 실태조사는 정부 차원에서 작가 전체를 포괄하는 정확한 조사 자료가 부재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학실태조사’는 문학 분야에만 한정되고, ‘예술인 실태조사’는 장르별 고유한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 때문이다.
조사에 참여한 205명의 응답은 작가 노동의 현실이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을 드러냈다. 우선 출판 계약의 기본 절차인 계약서 작성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작품을 연재하거나 출간할 때 ‘매번 계약서를 작성한다’고 답한 비율은 65.85%에 불과했다. 계약서를 거의 작성하지 않거나 작성한 적이 없다는 응답도 8.78%로 나타났다.
소득 수준은 더욱 심각했다. 응답자의 33.66%는 최근 3년간 집필로 얻은 연평균 소득이 500만원 이하라고 답했으며, 100만원 이하 또는 0원이라고 답한 비율까지 포함하면 절반이 넘는 50.74%가 최저생계비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현행 기준에서 2025년 기초생활수급자의 연간 최저생계비는 약 991만원, 2026년 법정 최저임금은 연 약 2156만 원이다.
작가들이 지적한 가장 큰 문제 역시 ‘생계 지속의 어려움’(20.17%)과 ‘낮은 작업 단가’(15.73%)였다.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해 필요한 조치로는 ‘적절한 작업 단가 확보(임금 인상)’(21.43%), ‘작가 입장을 반영한 표준계약서 도입’(13.95%) 요구가 높게 나타났고, ‘작가 지원 프로그램 확대, 지원금 확충’(12.93%),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보호 장치 마련’(7.99%) 등 정책적 지원을 요구하는 응답도 뒤를 이었다.
작가노조 준비위는 “기초적인 계약 절차조차 자리 잡지 못한 현실에서 작가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울 만큼 낮은 대우를 받고 있다”며 “이번 실태조사는 오랫동안 문제로만 남아 있던 작가 노동의 구조적 문제를 데이터로 확인한 중요한 계기”라고 평가했다. 이어 “향후 정부, 출판계, 관련 단체와 함께 노사정 협의 구조를 마련하고, 표준계약서 전면 적용 등 제도 개선을 요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준비위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회 토론회와 작가 집담회를 개최하고 보다 폭넓은 의견을 수렴해 정식 노조 출범 후 교섭 의제와 정책 요구안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