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시비 논란 휩싸인 특검 수사

2025-12-09 13:00:04 게재

‘통일교 민주당 지원’ 수사 안한 김건희특검

“수사 대상 아냐” 해명에도 ‘편파수사’ 비판

노상원 “회유” 주장에 내란특검 “실체 왜곡”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편파 수사’ 논란에 휩싸이면서 막바지 수사 차질이 우려된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검팀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진술 회유 공방에 휘말렸다.

9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씨가 법정에서 국민의힘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유력 정치인도 지원했다고 밝히면서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윤씨는 지난 5일 자신의 업무상 횡령 등 혐의 사건 공판에서 20대 대선을 앞둔 2022년 2월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과도 접촉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쪽에 치우쳤던 게 아니고 양쪽 모두 어프로치(접근)했다”며 “현 정부의 장관급 네 분에게 어프로치했고, 이 중 두 분은 (한학자) 총재에게도 왔다 갔다”고 증언했다.

윤씨는 이같은 사실을 지난 8월 특검팀에 털어놨고 수사보고서에도 적혔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면담에서 문재인정부 시절 민주당 국회의원 2명에게 수천만원을 지원했다며 이들의 실명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명에겐 2018~2019년 현금 4000만원과 1000만원 상당의 시계를, 다른 한 명에겐 2020년 현금 3000만원을 건넸다는 것이다. 이밖에 정치후원금과 출판기념회 책 구매 등의 방식으로 통일교가 지원한 민주당 정치인이 15명에 달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특검팀은 윤씨로부터 1억원을 건네받은 혐의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수사해 구속기소하면서도 민주당 의원들에 대해선 수사하지 않아 편파 수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장 국민의힘에선 “노골적인 선택적 수사, 야당 탄압 정치적 수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특검팀은 수사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설명을 내놨다. 오정희 특검보는 8일 브리핑에서 “지난 8월 윤씨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최근 법정 진술과 관련된 내용을 청취하고 윤씨의 서명 날인을 받은 뒤 내사 사건번호를 부여받아 사건 기록으로 만들었다”며 “다만 그 진술 내용이 인적 물적 시간적으로 볼 때 명백히 특검법상 수사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수사기관에 인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검법 취지상 특검의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지 특정 정당과 관련해 의도적으로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얘기다. 오 특검보는 통일교 한 총재의 도박 혐의 사건을 수사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양평고속도로 노선변경 의혹 수사 중 국토부 서기관 김 모씨의 개인 뇌물 혐의를 인지해 구속기소하는 등 그동안 특검이 수사해 재판에 넘긴 사건 중에는 김 여사와 무관한 사례가 적지 않아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내란 특검팀은 진술 회유 논란에 휘말렸다. 노상원 전 사령관은 8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사람들(특검측)은 답을 정해놓고 예스하길 원하는구나’ 생각했다”며 “특검팀이 특검법 개정 전부터 플리바게닝을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플리바게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수사와 재판에 협조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가벼운 범죄로 기소하거나 형량을 낮춰주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수사기법은 아니지만 내란 수사의 특수성을 고려해 지난 9월 시행된 개정 특검법에 제한적 형태의 플리바게닝 요소가 도입됐다.

노 전 사령관이 특검의 회유 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하자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별도의 기자회견까지 열어 “특검의 수사가 불법이라는 사실이 증언을 통해 밝혀졌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내란특검팀도 입장문을 내고 “수사재판 조력자 감면제도는 내란 특검 수사의 특성을 고려한 특검의 건의로 신설된 조항으로 법 개정을 전후해 관련자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공개적으로 부탁한 바 있다”며 “법 제도와 그 취지를 설명한 것을 두고 허위 진술 강요 운운하는 것은 실체를 왜곡하고 공소유지를 방해하려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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