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츠 시대의 수학 학습력, 짧아진 집중력이 만든 새로운 문제들

2025-12-09 14:06:36 게재

요즘 중·고등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면 공통적인 변화가 하나 보인다. 바로 긴 문장으로 제시된 수학 문제를 끝까지 읽지 못하고, 문제가 조금만 복잡해지면 금세 포기해버리는 경향이다.

이런 현상은 단순한 학습 태도의 문제 만이 아니라 최근 학생들의 주요 콘텐츠 소비 방식이 ‘쇼츠(Short-form) 중심’으로 바뀌면서 나타난 인지 패턴 변화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

짧은 영상은 왜 학생들의 수학 독해력을 떨어뜨리는가?

쇼츠 영상은 30초 안에 강한 자극과 재미를 제공한다.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빠른 전환·즉각 보상에 익숙해지며, 기다림이 필요한 작업에 취약해진다. 수학 문제는 반대로 문맥 파악 → 조건 분석 → 구조 이해라는 느린 사고 과정을 요구하기 때문에 집중의 ‘템포’가 맞지 않게 된다. 긴 문장 = 지루함이라는 뇌의 자동 반응으로 길이가 긴 문제는 실제 난이도와 상관없이 거부감이 생긴다. 이는 쇼츠 영상이 만들어낸 짧고 강한 자극 패턴에 익숙해진 결과이다. 조금만 정보량이 많아져도 뇌는 곧바로 ‘지루함 신호’를 내고, 학생은 문제를 넘겨버린다.

그리고 문제 해결 중간에 포기하는 속도가 빨라진다. 쇼츠는 지루하면 넘기면 되고, 매번 새로운 자극이 자동으로 제공된다. 반면 수학 문제는 막히는 순간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쇼츠형 뇌는 ‘막힘 → 바로 포기’라는 회피 패턴을 학습하여 조금만 복잡해도 풀이를 중단해버린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어떻게 다시 ‘읽고 생각하는 힘’을 되찾을까?

쇼츠 동영상을 보는 시간을 완전 금지하면 도움이 되겠지만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쇼츠 영상을 줄여가면서 문제를 읽는 훈련을 하는 것이 좋다. 문제가 길면 학생들은 내용보다 ‘압박감’을 먼저 느낀다. 문제를 나누어 읽고 주요한 단어와 조건에 박스 표시를 하여 문제 파악을 쉽게 한다. 즉 읽기와 풀이를 동시에 하면 집중력이 무너진다. 풀이부터 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만 읽고 핵심 단어, 조건, 변수 등을 표시하는 훈련을 하면, 독해력은 빠르게 회복된다. 그리고 문제 해결의 첫 힘은 ‘버티는 힘’이다. 막혔을 때 30초만 더 고민해보는 훈련을 통해 사고가 끊어지는 습관을 교정할 수 있다. 이 버티기 시간이 1분으로 늘어나는 순간, 학생의 문제 해결력은 눈에 띄게 올라간다.

쇼츠 소비는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학습 구조’를 바꾼다. 쇼츠 중심의 콘텐츠 소비는 학생들의 집중 방식 자체를 바꿔놓는다. 그 결과 긴 문장에 대한 거부감, 복잡한 문제에 대한 포기 습관이 생긴다. 하지만 독해·구조화·사고 지속 훈련을 통해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은 단순한 학습법이 아니라 학생의 뇌가 다시 ‘생각하는 리듬’을 찾도록 돕는 과정이다.

긴 문제 앞에서 난감해하는 학생이 있다면, 그 학생은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환경의 영향을 받은 것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조금만 방향을 잡아주면 다시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

정영필 수학 연구소

정영필 원장

정영필 수학 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