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로 흔들린 장동혁, 다른 조사 앞세워 ‘버티기’
비당권파 “장 대표가 계엄 사과 거부해 중도확장 실패, 당 지지율 부진”
당권파 “국힘 지지층, 계엄 사과에 반대” “국힘-민주 지지율 박빙” 반박
국민의힘 비당권파로부터 “장동혁 대표가 계엄 사과를 거부하는 바람에 당 지지율이 정체됐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장 대표 등 당권파는 다른 여론조사 결과를 앞세워 비당권파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장 대표는 “우리끼리 총구를 겨눠선 안 된다”며 비당권파를 공개 비판했다.
장 대표는 9일 당 공식 유튜브 채널 ‘국민의힘 TV’에 출연해 “이재명정권에 맞서기 위해 똘똘 뭉쳐도 모자랄 판에 우리 스스로 편을 갈라 서로를 공격하고 있진 않느냐”며 “우리 모두 하나가 돼야 한다. 서로 생각이 다를 순 있어도 결국 우리는 함께 싸워야 살 수 있는 운명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금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이재명 독재정권”이라며 “우리끼리 총구를 겨눠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의 이날 발언은 친한계(한동훈)는 물론이고 주호영·윤한홍·권영진 등 영남권 의원들까지 나서 장 대표를 비판한 데 대한 대응으로 읽힌다. 비당권파는 “장 대표가 ‘계엄 사과’ ‘윤석열과의 절연’을 거부하면서 중도층이 이탈하는 바람에 당 지지율이 20%대에 갇혔다”며 장 대표의 ‘노선 변경’을 요구해 왔다. 한국갤럽(2~4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의 정당지지율 조사에서 민주당 43%, 국민의힘 24%였다. 중도층에서는 민주당 42%, 국민의힘 17%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지난 8월 말 장동혁체제가 들어선 이후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대에 정체돼 있다. 비당권파는 이 같은 조사결과를 근거로 장 대표를 압박하는 것이다.
하지만 장 대표 등 당권파는 “다른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며 비당권파의 압박에 맞서는 모습이다. 당권파가 내세우는 여론조사는 두 가지다. 리서치뷰 조사(11월 28일~30일, ARS,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에서 12.3 계엄에 대한 평가를 묻자 ‘적절했다’ 31.8%, ‘부적절했다’ 63.2%였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적절했다’ 68.8%, ‘부적절했다’ 26.3%였다. ‘적절했다’는 평가가 두 배 이상 높은 것이다. 이 조사에서 국민의힘의 ‘계엄 사과’에 대한 의견을 묻자 ‘동의한다’ 63.6%, ‘동의하지 않는다’ 32.5%였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동의한다’ 21.6%, ‘동의하지 않는다’ 74.9%였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다.
또 다른 여론조사도 제시된다. 조원씨앤아이-스트레이트뉴스(11월 29일~12월 1일, ARS,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2.2%p)의 정당지지율 조사에서 민주당 43.5%, 국민의힘 39.1%였다. 양당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 접전인 것이다.
당권파 인사는 “이재명정권의 폭압정치가 이뤄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민의힘 지지층은 조사자가 직접 전화를 거는 전화면접 조사에는 잘 응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전화면접 조사는 민심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전화면접 조사 결과를 앞세워 장 대표를 공격하면 안 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 인사는 “다른 ARS(자동응답) 조사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층은 계엄에 대해 ‘적절했다’고 평가하고, ‘계엄 사과’에는 반대한다. 당 지지층이 이런 입장인데 당 대표가 어떻게 계엄을 사과하냐”고 반박했다. 이 인사는 “장 대표가 ‘계엄 사과’를 안 해서 당 지지율이 추락했다지만, 다른 조사에서는 지지율이 박빙이다. 장 대표를 공격하는 근거로 쓰이는 여론조사 결과는 더 이상 신뢰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장 대표 등 당권파가 비당권파의 공세를 공개 반박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더 첨예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당권파는 당무감사위와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앞세워 비당권파를 압박할 것으로 점쳐진다. 비당권파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커지는 패배 위기감을 앞세워 장 대표를 흔들 것이란 전망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