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미·멕·캐<미국 멕시코 캐나다> 통상질서 재편될까

2025-12-10 13:00:01 게재

북미, 월드컵 이어 USMCA 재협상 앞둬 … 한국 공급망 변화 촉각

내년은 미국 멕시코 캐나다 북미 3국이 큰 변곡점을 맞는다.

6월 3국이 공동으로 월드컵 축구대회를 개최하고, 7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재검토를 시작한다. 두 행사 공통점은 ‘불확실성의 대명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USMCA 재협상 결과에 따라 대미 수출과 현지 생산 전략이 중대한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불확실성의 대명사’ 트럼프 그림자 = 세계적인 축제인 월드컵에도 트럼프 변수가 내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위험한 도시들에서 경기를 치르지 못하게 하겠다”며 개최도시 변경을 주장한다. 실제 권한은 없지만 그가 목소리를 낼 때마다 월드컵조직위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사실 이번 월드컵 경기편성만 봐도 북미 3국 중 어느나라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지 그대로 드러난다. 미국은 전체 104경기 중 78경기를 개최하는 반면 멕시코와 캐나다는 각각 13경기씩만 치른다.

멕시코와 캐나다에게 월드컵보다 더 험난한 일정은 USMCA 재검토다.

3국은 협정을 추가로 16년 연장할지 결정해야 하며, 연장 실패시 매년 재검토를 반복하다 2036년 자동 종료된다. 이 과정에서 어느 나라든 6개월 전 통보하면 협정을 탈퇴할 수도 있다.

문제는 USMCA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접 만든 협정임에도 정작 그는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는 점이다. 그의 머릿속에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가득하다.

◆ 북미 3국 GDP 합계는 세계 28% 차지 = USMCA는 단순한 지역 협정이 아니다.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북미 3국의 국내총생산(GDP) 합계는 31조달러로, 세계의 28%를 차지한다. 역내 교역 규모는 연간 2조달러를 넘어서며 세계 수출총액의 14%에 달한다.교역규모는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이 주로 가입한 CPTPP보다 많고 유럽연합(EU)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러한 통합 덕분에 북미 경제권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한층 깊은 협력이 필요하다. 북미 공급망이 흔들리면 소비자 가격이 상승하고, 지역의 글로벌 수출 경쟁력이 약화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USMCA 교란에 가장 취약한 국가는 멕시코”라며 “멕시코 수출의 80% 이상이 북쪽(미국 캐나다)으로 향한다”며 “물론 미국과 캐나다도 타격을 받기는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캐나다는 수출의 75%가 미국으로 향하며 미국 역시 수출의 약 4분의 1을 이웃 두 나라에 의존한다.

북미 3국의 통상구조는 상호 보완적이다. 미국은 자본·기술·혁신을, 캐나다는 에너지·자원을, 멕시코는 제조·노동력을 제공하며 거대한 공급망을 형성하고 있다. 자동차와 가전은 국경을 수차례 오가며 생산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4년 미국은 캐나다 3496억달러, 멕시코로 3347억달러를 수출했다.

같은 기간 멕시코는 미국으로 5033억달러, 캐나다로 186억달러를 수출했다. 캐나다는 미국으로 5963억달러, 멕시코로 87억달러를 각각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멕시코 때리기’는 중국 견제용 = USMCA 재검토를 앞두고 멕시코와 캐나다가 긴장하는 이유는 트럼프의 ‘매의 눈’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멕시코를 중국기업이 북미 공급망으로 진입하는 ‘뒷문’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의 멕시코 때리기는 중국 견제용이란 시각이다.

캐나다에 대해서는 유제품시장 비관세장벽 등에 불만이 많다. 또 트럼프는 자동차 원산지 기준을 강화해 미국 내 생산을 늘리기 위해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이러한 움직임에 멕시코와 캐나다의 대응 전략은 다르다.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은 정면충돌을 피하며 트럼프와의 관계 개선에 정성을 쏟는 분위기다.

반면 캐나다는 트럼프가 조성하는 ‘북미 질서의 균열’을 공개적으로 비판한다.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이는 트럼프의 완급조절도 주목된다.

◆USMCA 재협상은 한국 제조업의 변곡점 = 북미 3국의 통상질서 재편에 한국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미 수출 및 현지 생산 전략에 중대한 변곡점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한국은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철강 가전 등 주요 산업이 북미 공급망에 깊숙이 얽혀 있다. 따라서 미국·멕시코·캐나다간 갈등이 심화될 경우 한국 제조업 전반이 구조적 충격을 받을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올 1~10월 미국으로 1002억달러를 수출, 전체 수출에서 17.3%를 차지하고 있다. 멕시코와 캐나다로의 수출은 각각 101억달러, 84억달러 수준이다.

특히 트럼프 2기 정부들어 한국기업의 북미진출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에 USMCA 협상내용에 따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기반 북미 투자전략이 바뀔 수 있고, 이는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등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멕시코에 생산기지가 있는 기업들의 희비도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공급망 다변화, 멕시코산 리스크 점검, IRA 규정 준수율 관리(중국산 소재·부품 의존도 축소) 북미지역 아웃리치 강화 등이 요구되는 이유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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