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영상' 인공지능으로 구현
중구 노년층 18명 대상
대학생 기술교육과 연계
서울 중구가 인공지능으로 노년층 주민들 18명 삶의 기억을 담아내 눈길을 끈다. 중구는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대학생들에게 인공지능 기술교육을 하면서 노인 돌봄을 결합한 ‘어르신 추억 영상 만들기’ 사업을 진행했다고 10일 밝혔다.
중구는 앞서 지난 8월 공개 모집으로 사업에 참여할 노인 18명과 지역에 소재한 동국대학교 재학생 9명을 선발했다. 학생들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영상 제작 교육과 함께 정서적 고립감이나 우울감을 호소하는 노년층과의 소통법 등 심리상담 전문교육을 받았다. 이후 대학생과 노인을 짝지어 본격적인 영상을 제작했다.
학생들은 직접 노인 가정을 방문해 친밀감을 쌓으며 영상에 담을 내용을 구상했다. 옛 사진과 추억이 담긴 물건, 어린 시절 이야기, 직장 생활, 인생의 중요한 장소나 사건 등이 주요 원천이 됐다. 학생들은 빛바랜 기억 조각들을 첨단 기술로 엮어 생동감 넘치는 영상을 탄생시켰다. 참가자 박혜진씨는 “기술을 배우고 어르신 이야기를 듣다 보니 세대가 이어지는 느낌이 들었다”며 “저마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구는 회상 활동을 통한 인공지능 심리상담 기반 ‘노인 이야기 치유법’에 대한 전문 자문과 교육을 병행해 학생들 역량을 높였다. 김호경 한국공학대 교수가 도움을 주었다. 구는 “어르신들이 삶을 돌아보면서 청년들과 어울리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됐다”며 “완성된 영상은 어르신들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어 언제든 가족 이웃과 함께 웃음꽃 피울 수 있는 추억이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3일에는 발표회를 열고 영상을 공개했다. 가난 속에서도 가정을 이루고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운 헌신, 청년 시절 학군사관후보생 장교로 활약한 자부심, 만학도의 꿈을 이뤘던 기쁨, 반려견과 나눈 행복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중구가 서울시 자치구 최초로 지원을 시작한 ‘어르신 교통비’로 누리는 일상도 생생하게 기록됐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어르신들이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자존감을 되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