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회유’ 안부수 구속 심사
딸 오피스텔 받고 “이재명 위한 돈” 증언 번복
‘연어·술파티 진술 회유 의혹’ 수사 탄력 받나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과정에서 진술 회유가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한 핵심 인물인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과 쌍방울 전직 임원들이 구속 갈림길에 놓였다. 이들의 구속 여부는 수원지검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술과 음식을 제공하며 진술을 회유했다는 이른바 ‘연어·술파티 사건’ 수사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남세진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쌍방울 방용철 전 부회장과 박 모 전 이사, 안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차례로 연다.
앞서 서울고검 인권침해점검 태스크포스(TF)는 지난 5일 업무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안 회장은 쌍방울측으로부터 1억여원을 불법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안 회장은 지난 2023년 2월 수원지검에 함께 소환된 방 전 부회장에게 ‘딸이 거주할 주거지를 마련해달라’ 요청했고, 이후 쌍방울측은 계열사를 동원해 안 회장 딸에게 서울 송파구 소재 오피스텔을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방 전 부회장 등은 오피스텔 임대차보증금과 월세 등으로 7280만원을 전달했다고 한다.
방 전 부회장 등은 또 안 회장의 딸이 쌍방울 계열사에 취업한 것처럼 꾸며 허위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2700여만원을 건넨 것으로 파악됐다. 안 회장의 변호사비 500만원도 쌍방울측에서 대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금전 거래는 모두 쌍방울 회삿돈을 유용해 벌어진 것으로 검찰은 이에 따라 방 전 부회장에게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를, 안 회장에게는 횡령 혐의를 각각 적용했다.
TF는 안 회장이 이처럼 쌍방울측으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얻는 대신 대북송금 사건 관련 진술을 번복했다는 내용을 구속영장 전제사실에 기재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안 회장은 2023년 1월 이 전 부지사의 대북송금 재판에 출석해 ‘(대북송금과) 경기도와의 연관성을 잘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진술했으나 3개월 뒤 재판에선 ‘쌍방울이 북한측에 보낸 800만 달러는 경기도와 이재명 당시 도지사의 방북을 위한 돈’이라는 취지로 증언을 뒤집은 바 있다.
TF는 또 박 전 이사가 2023년 5월 17일 수원지검 조사실에 소주를 반입했다고 보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소주가 아닌 물인 것처럼 속여 방호 직원의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당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에게 제공된 연어와 술이 쌍방울 법인카드로 결제돼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보고 업무상 배임 혐의도 추가했다.
이날은 이 전 부지사가 ‘연어·술파티’ 회유가 있었다고 폭로한 날이다. 이 전 부지사는 당시 수원지검 1313호 검사실 내 영상녹화실에서 김 전 회장, 박상용 당시 수원지검 부부장 검사 등과 저녁으로 연어초밥을 먹으며 소주를 마셨고, 여러 차례 진술 회유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수원지검은 자체 조사를 진행해 이 전 부지사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법무부는 최근 실태조사를 벌여 실제 술과 음식 등이 제공된 정황을 확인하고 감찰을 지시했다. 감찰을 맡은 TF는 범죄 단서를 포착하고 수사로 전환했다.
안 회장 등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10일 밤 늦게나 다음날 새벽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신병이 확보되면 연어·술파티 진술 회유 의혹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TF는 안 회장의 추가 혐의를 수사하는 한편 김 전 회장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한편 김 전 회장은 “안 회장 진술을 회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8일 자신의 뇌물공여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 항소심 재판을 마친 뒤 만난 취재진에게 “안 회장은 쌍방울 계열사 사내이사였는데 그가 구속되면서 회사가 제공하던 사택을 빼버렸다”며 “그 바람에 딸이 오갈 데가 없어져 오피스텔이 제공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간적으로 (그 정도는)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