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증원·상고제도 개선안 나오나
대법, 이틀째 사법개혁 공청회
“하급심 인력 확충 우선 해야”
“사법부, 끊임없이 스스로 성찰”
오늘 대법원 법원행정처 공청회가 이틀째 진행되는 가운데 대법관 증원 및 상고제도 개선 관련해 어떤 의견이 나올지 주목된다. 전날 공청회에서는 사법개혁의 방향과 관련 대법관 증원은 잘못된 처방이라는 의견과 함께 하급심 인력 확충이 우선이라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또 사법부는 끊임없이 스스로 성찰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는 10일 오전 10시 서울법원종합청사 청심홀에서 ‘국민의 인권 보장과 상고 제도 개편’을 주제로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 이틀째 세션을 진행한다. 이날 첫째 세션인 제4세션은 국민의 인권 보장을 위한 형사사법제도 개선(압수수색·인신구속·재정신청제도 등)을 다룬다. 발표자로는 조은경 대구지법·가정법원 김천지원 부장판사와 윤동호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가 나선다.
조은경 부장판사는 사전 압수수색 심문 제도, 구속기간 제한 완화, 조건부 석방 제도 등 논의 중인 제도의 검토 결과를 제시한다.
이어 윤동호 교수는 재정신청 제도의 향후 과제에 관해 발표한다. 윤 교수는 재정신청의 확대·강화를 강조하는 동시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공소청의 불기소 결정 상호 통제, 재정신청 사건 전담재판부 설치 등을 과제로 제안한다.
오후 진행되는 제5세션에서는 사법연수원 교수를 지낸 오용규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가 ‘상고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한다.
오 변호사는 상고 제도 개편의 필수 전제로 1심 재판 강화를 내세우며,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민사 배심제 도입 필요성을 언급한다. 그는 법학전문대학원·법조일원화 등 미국식 사법제도 도입이 이뤄진 만큼 상고 제한, 1심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마지막 제6세션 ‘대법관 증원 안에 대한 논의’에서는 김도형 수원지법·가정법원 안산지원 부장판사, 여연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센터 법원개혁소위원장이 연단에 선다.
김 부장판사는 대법관 증원을 무조건 반대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급격한 증원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그는 4명의 대법관(1개 소부)을 몇 년에 걸쳐 증원하는 방식이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여 위원장 역시 단계적 증원을 제안한다. 여 위원장은 대법관 보조 인력 대책, 심리불속행·상고기각 결정 제도 개선 방안, 연합재판부 역할 분담·사건배당 방식 준비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
공청회 첫째날인 9일 정치권의 사법개혁 방향을 비판하면서 대법관 증원이 아닌 하급심 인력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사법부 안팎의 제언이 나왔다.
정지웅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변호사)은 “재판 지연의 병목 현상은 대법원이 아니라 1심과 2심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대법관만 늘리면 하급심 인력 공동화를 가속화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대법관을 늘리면 이들을 보좌할 재판연구관도 늘려야 하고, 결국 유능한 부장판사급 인력이 대법원으로 차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1심 재판부는 경력 짧은 판사들로 채워지고, 재판의 질은 떨어지며, 불복률이 높아져 상고심 사건이 더 폭증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지금 사법부는 동맥경화에 걸려 혈관이 막혀 있는데 정치권에서는 엉뚱한 처방전을 내놓고 있다”며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 대법원 재판 받는 것이 아니라, 억울한 사정을 1심 법정에서 판사가 꼼꼼하게 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우종 서울고법 인천재판부 고법판사는 2020년대 이후 재판 지연의 원인으로 코로나19 영향과 함께 고난이도·고분쟁성 복잡 사건의 증가, 법관 평균연령 증가로 인한 사건처리 효율성 저하 등을 꼽았다. 또 해결책으로 사실심(하급심)의 인적·물적 자원 추가 투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전날 공청회 개회사에서 “사법제도 개혁에 대한 논의가 국회를 중심으로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이런 사회적 상황 속에서 사법부는 시대 변화를 깊이 인식하고, 국민의 높아진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성찰하고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