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도쿄 멜버른 제쳤지만…정착률 7.4%

2025-12-11 13:00:01 게재

서울시 외국인재 유입 정책 바꿔야

유학생 유치보다 정착·유지가 중요

“세계 각국은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치보다 중요한 것은 ‘유지’입니다. 단순히 유입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닌 이들이 한국과 서울에 계속 머물 수 있도록 정착률을 높이는 것이 인재 전략의 핵심입니다.”

10일 서울시는 글로벌 인재전략 포럼을 개최했다. 참석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하나로 모아졌다. 인재 전략은 유치 보다 유지, 다시 말해 정착률을 높이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유학생 수, 런던·도쿄 모두 제쳐 = 최근 들어 서울은 전 세계 인재 유치 경쟁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이날 발표된 QS 국제 학생 도시 순위에서 서울은 사상 처음 1위를 기록했다. 전통적 1등 도시들인 런던, 도쿄, 멜버른 등을 모두 제쳤다. QS 순위는 대학의 수준, 유학생 비율, 안전·생활비·의료 등 학생의 삶의 질, 취업 기회 등을 종합한 것으로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신뢰도 높은 지표다.

서울시가 10일 글로벌 인재유치전략 포럼을 개최했다. 세계 7000개 대학 순위와 기업 순위를 평가하는 글로벌 기업 ‘QS’ 관계자가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하지만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유학 도시로서의 서울은 세계인의 선택을 받고 있지만 정착률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마친 뒤 취업에 성공해 서울에 계속 남는 비율은 유학생 숫자 대비 7.4%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인력 유입의 시급함은 노동력 감소 수치에서도 확인된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에 따르면 2033년까지 국내 경제활동인구는 24만8000명 증가하지만 이는 과거 10년간 증가 폭의 1/10 이하 수준이다. 추가로 필요한 인력이 약 82만명에 달할 만큼 인력 부족 현상이 심각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장에서는 다양한 문제점이 지적됐다. 포럼에 참석한 한 기업측 관계자는 “복잡한 비자 심사, 직종 코드 제한, 행정 불확실성 때문에 실제 채용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웹 개발자나 디자이너를 채용하려 해도 적절한 직종 코드가 없어 ‘웹 개발자’로 신고해야 하는 등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상황이 잦다는 것이다.

유학생 유치에만 중점을 두는 현재 구조도 문제로 지적됐다. 학생 숫자 늘리기만이 아닌 졸업 후 머무를 수 있는 환경, 다시 말해 안정적인 커리어 경로, 글로벌 문화 친화적 조직, 주거·생활 편의, 행정 지원 등이 골고루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도·문화·행정, 낮은 정착률 요인 = 전문가들과 각종 보고서들에 따르면 세계는 이미 인재 유치 전쟁 중이다. IMD 비즈니스 스쿨의 2025년 ‘국제 인재 순위(World Talent Ranking)’ 보고서는 고숙련 인력의 유출입이 한 나라 경제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재 이동은 단순한 학업이나 직업 선택이 아니라 “국제 안정성, 생활비, 삶의 질, 경력 기회” 등을 종합한 판단에 따라 이루어지며 특히 요즘은 ‘금전적 보상’이 인재 이동의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세계 도시들은 행정을 간소화하고 생활환경을 개선하며 다문화 수용력을 높이는 등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자연스런 결과로 유학생 유치 도시보다 국제 인재가 정착하고 커리어를 쌓는 도시가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도 정착률과 인재 유치를 활성화할 제도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현장에서 가장 많이 지적된 개선과제 가운데 하나는 E7 비자의 직종 변경이다. 해당 비자에 포함된 직종이 20년동안 바뀌지 않아 출입국 업무, 인재 유치 작업에서 큰 혼선을 빚고 있다. 시 관계자는 “서울시 노력만으론 해결되지 않고 출입국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법무부가 비자 개선에 시급히 나서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포럼 기조연설을 맡은 조동성 서울대 명예교수는 “인재를 유치하는 것이 곧 도시의 미래를 유치하는 것”이라며 “인재 유치를 위한 전략들이 구체적 정책과 제도로 뒷받침된다면 서울은 단순한 유학 1위 도시에서 세계적 인재들이 꿈을 쌓고 삶을 꾸리는 국제 인재 허브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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