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미국향 강관 수출 ‘반토막’
고관세·수요 부진 악재 겹쳐 … 캐나다·싱가포르 수출은 급증
국내 강관(Steel Pipe) 수출이 11월 급격한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최대 시장인 미국향 물량은 ‘반토막’나며 전체 수출 감소를 이끌었고 일본 베트남 중동 등 전통 시장도 일제히 뒷걸음질쳤다.
반면 싱가포르·캐나다 수출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관세폭탄과 미국내 수요 침체가 겹치면서 사실상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수준”이라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11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25년 11월 강관 수출은 13만1431톤으로 전년동기(18만6158톤) 대비29.4% 감소했다.
가장 큰 충격은 미국시장이다. 11월 미국향 강관 수출은 6만4424톤에 그쳐 1년전(12만2341톤)보다 47.3% 줄었다. 미국발 철강관세가 25%에서 50%로 오른데다, 미국내 건설부문의 수요 위축까지 맞물리며 급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외에 일본 8545톤(-14.1%) 베트남 5702톤(-24.5%) UAE 2285톤(-12.1%) 호주 3765톤(-38.0%) 중국 2714톤(-18.0%) 등 주요 시장도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인도네시아는 2384톤으로 무려 83.3% 감소했다.
하지만 싱가포르와 캐나다로의 수출은 급증했다. 우리나라의 대싱가포르 수출은 11월 한달간 4500톤으로 전년동기 259톤보다 1637.5% 증가해 17배 폭증했다. 모두 대구경 롤벤딩강관 물량으로 4월 이후 매월 전년 대비 최소 2배 이상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대구경 롤벤딩강관은 롤벤딩이 두꺼운판 2~3개를 용접해 생산하는 방식으로 까다로워 주문생산방식이 많다.
캐나다도 강관업계의 ‘안전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11월 캐나다향 수출은 1만9564톤으로 전년 동월 3241톤보다 503.6% 증가했다.
품목별로 보면 일반 무계목강관(2230톤)과 특수 용접강관 3900톤을 제외한 대부분 품목이 부진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강관사는 쿼터 제한이 풀리자 미국향 수출에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전체 규모가 줄어들면서 우리기업간 가격·물량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내시장 사정도 녹록지 않다. 건설업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수요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건설·플랜트산업 회복 없이는 반등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특히 4분기는 계절적 비수기여서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업계 내부에서는 “미국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업계 전반의 실적 부진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강관은 강철로 만든 속이 빈 원형 또는 각형 파이프를 총칭한다.
높은 강도와 내구성으로 건설(건축구조물 교량) 에너지(송유관 가스관) 배관(급수 증기 냉난방) 기계(자동차부품 장비) 보일러 및 열교환 등 다양한 곳에 쓰인다.
국내 주요 강관업체로는 세아제강 휴스틸 넥스틸 하이스틸 일진제강 KG스틸 등이 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