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첸 ‘하청 기술자료 유출’ 벌금 10억원

2025-12-11 13:00:02 게재

“경쟁업체에 제공 위법” ··· 직원 2명도 벌금 2천만원

하도급법 위반 판결 ··· 쿠첸측 “상생거래 노력” 입장

주방 가전기업 쿠첸이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다른 업체에 넘긴 혐의로 벌금 10억원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8단독(윤영수 판사)은 10일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쿠첸 법인과 제조사업부 임직원 2명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고 법인에 벌금 10억원, 직원 2명에게 각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윤영수 판사는 “쿠첸은 T전자의 의사에 반해 조직적·반복적으로 기술자료를 제3자에게 제공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이 같은 행위는 수급사업자 보호와 기술혁신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앞서 쿠첸은 2018년 3월부터 2019년 1월까지 3차례에 걸쳐 하도급업체 T전자로부터 취득한 기술자료를 경쟁 수급업체들에게 부당하게 제공한 혐의로 2022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수사 결과 쿠첸은 T전자가 납품단가 인상을 요구하자 거래처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 과정에서 쿠첸은 T전자가 작성한 시제품 관련 승인원(부품목록·작업표준서·품질관리 공정도) 등은 기술자료에 해당하지 않고, 쿠첸이 제공한 기준자료를 토대로 한 ‘참고용 문서’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 판사는 승인원은 오직 T전자 제품의 납품을 위한 문서로, 명시적 동의 없이 이를 다른 하청업체에 제공한 것은 업계 일반의 관행으로 볼 수 없는 부당한 유용행위라고 지적했다.

윤 판사는 “승인원은 T전자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작성한 기술자료”라며 “이 자료가 제3자에게 넘어갈 경우 생산시간 단축과 불량률 감소 등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충분한 기술적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작업표준서와 품질관리 공정도는 “생산시간 단축·불량률 감소에 기여하는 유용한 정보”라고 인정했다.

1심 판결 직후 쿠첸은 “아쉬움은 남지만 판결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대응 방안을 신중하게 모색하겠다”며 “앞으로도 협력사와 투명하고 공정한 상생 거래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책임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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