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 | 그날, 우리의 시간은 거꾸로 흘렀다
시간을 거슬러 시대를 바라보다
행정고시 합격 이후 평생 공직을 걸어온 전 재정경제부 차관보 정재룡 작가가 장편소설 신작 ‘그날, 우리의 시간은 거꾸로 흘렀다’를 출간했다. 첫 소설 ‘오로라와 춤을’로 데뷔한 이후 2년 만이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지식인의 삶을 통해 한국 사회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던 시기에 드러난 모순과 진통을 짚어낸다.
정 작가는 1971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재정경제부 차관보, 통계청장,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등을 역임했다. 평생 공직 사회와 국가 운영의 핵심 현장에서 일한 그는 2023년 첫 장편소설을 발표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어쩌면 당시 장편소설 데뷔작가로서는 최고령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는 이번에는 시대적 모순과 지식인의 고민을 다룬 시대물로 영역을 넓혔다.
‘그날, 우리의 시간은 거꾸로 흘렀다’는 사실과 허구를 교차시킨다. 한일회담 반대 시위, 사카린 밀수 사건, 전태일 분신 등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배경으로 당시 지식인들이 마주했던 혼란과 갈등을 따라간다. 노동 문제와 재벌 구조, 관료조직의 보수성과 부조리, 노동조합과 정치의 긴장 관계 등이 등장인물들의 삶과 맞물리며 묵직한 문제의식을 던진다. 작가가 청년 시절 경험했던 고민과 시대적 충격이 작품 속에 깊게 배어 있다.
작품에는 ‘폭탄주 한 방으로 노사 문제를 해결했다’는 회상 등 노사관계와 조직 운영을 보여주는 일화들도 등장한다. 작품의 마지막 장면은 두물머리의 카페 ‘세노야’에서 이어지는 여운 깊은 대화로 마무리된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