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희토류 원광 수출 전면 금지

2025-12-12 13:00:01 게재

내년 1월부터 시행 예고

가공 중심 산업으로 전환

베트남이 세계 희토류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자국 내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희토류 원광 수출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11일(현지시간) 베트남 국회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질 및 광물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개정법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은 희토류 자원의 탐사·채굴·가공·이용 전 과정에 대한 정부 통제권을 강화하고, 가공되지 않은 희토류 원광의 수출을 금지하도록 명시했다. 이와 함께 정부로부터 인허가를 받은 기업만이 희토류를 탐사·채굴·정제·활용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베트남 정부는 이번 조치의 목적을 “희토류 산업의 체계적 관리와 자립적 산업 기반 확립”이라고 밝혔다. 특히 희토류의 추출·선광·분리·심층 가공 기술 개발을 위한 국제 협력과 기술 이전을 적극 장려해 국내 희토류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당국은 또한 향후 외국 기업의 진입에 대해 “기술이전과 현지 투자 비율을 충족할 경우에 한해 허용하겠다”고 밝혀 자원 민족주의 강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베트남의 희토류 광산 모습. 사진=VN이코노미 홈페이지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올해 3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의 희토류 매장량은 약 350만톤으로 전 세계 6위 규모다. 이는 기존에 추정됐던 2200만 톤(세계 2위)보다 크게 낮은 수치로, 미국 기관이 베트남의 자원량을 보다 현실적으로 조정한 것이다.

희토류는 17종의 금속 원소로 구성된 그룹으로, 스마트폰·전기차·풍력터빈·전투기·미사일 등 첨단 산업의 핵심 소재다. 현재 세계 희토류의 80% 이상이 중국에서 정제·가공되고 있어, 베트남은 이러한 공급망 집중 구조를 완화할 대체 공급국으로 주목받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단순 채굴과 원광 수출 중심의 구조로는 경제적 이익이 제한적이라고 판단, 앞으로는 심층 가공과 산업 생태계 연계 강화에 중점을 둘 방침이다. 개정법은 “희토류의 심층 가공은 산업 생태계 발전과 연계돼야 하며, 이를 통해 국가 자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베트남 농업환경부는 현재 국가 희토류 전략 초안을 마련 중이며, 내년 초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은 단순한 자원 통제를 넘어, 베트남이 희토류 가공 산업의 지역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법 개정으로 베트남은 단순 자원 수출국에서 벗어나 ‘채굴국에서 가공국으로’ 산업 구조 전환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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