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돈받고 세무조사 봐준 공무원들, 2심도 실형
유리한 과세자료 처리 … 주범은 1심보다 가중
세무조사와 관련해 의약품 판매업체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전직 세무공무원들이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백강진 부장판사)는 1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전직 세무공무원 조 모씨에게 징역 2년 6개월과 추징 9000만원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3년 6개월과 9000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범행을 공모한 전직 세무공무원 홍 모씨는 1심과 같이 징역 1년과 벌금 4000만원 추징 2000만원을, 전 모씨는 징역 1년과 추징 3000만원을, 한 모씨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과 벌금 1000만원 추징 500만원 명령을 선고받았다.
이들에게 돈을 건넨 의약품 판매업체 A사측 공인회계사 임 모씨도 2심에서 형량이 높아졌다. 2심은 임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160시간 사회봉사를 선고했다. 조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A사 간부도 2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1심은 조씨가 국세청을 떠난 지 3년이 지났고 내부정보 전달은 공무원 지위를 이용해서가 아닌 사적 친분으로 달성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공직자에 적용되는 뇌물이 아닌 민간에 적용되는 재물수수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알선수뢰 혐의가 아닌 알선수재 혐의만 인정됐다.
그러나 2심은 “개인 친분이 아닌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한다는 판례에 법리상 포섭된다”며 조씨의 뇌물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세 부과를 직무로 하는 세무공무원으로서 높은 수준의 공정성·청렴성·도덕성이 요구되는데 이를 위배해 뇌물을 수수했으므로 사회적 ‘책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앞서 조씨와 홍씨 등은 2020년 1월 A사 세무조사를 벌이면서 A사 관련 유리한 과세자료 처리와 함께 과세 사실판단 자문위원회를 열어달라고 신청해 준 대가로 같은해 5~8월 A사 최 모 대표로부터 각각 500만~8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