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화탕 간호사 처방…무면허의료 아닌 이유

2025-12-12 13:00:25 게재

법원 “전자의무기록에 입력뿐”

“직접 환자 진찰·처방은 아냐”

쌍화탕 등을 간호사가 처방했어도 ‘무면허 의료행위가 아니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간호사는 환자의 전자의무기록에 환자의 요구대로 기본처방을 입력했을 뿐, 직접 진찰해 처방하는 의료행위를 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10억원 과징금을 부과받은 해당병원은 한숨을 돌렸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14부(이상덕 부장판사)는 학교법인 경희학원이 동대문구보건소장을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한의사 A씨는 경희대 한의과대학 교수로서 경희대한방병원에 근무했다. 그는 외래환자가 진료를 장시간 대기하다가 항의하는 상황이 가끔 발생하자, 외래진료실 간호사들에게 ‘외래환자가 청인유쾌한· 쌍화탕·공진단을 처방받기 위해 방문한 경우에는 요구대로 처방전을 발행하고 사후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그는 처방전 발행과 허위 진료기록부 작성 등 의료법 위반 혐의로 벌금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으나 불복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또 그는 지난 1월 3일 약식명령이 확정되자 한의사면허 자격정지 3개월 15일 처분을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받았으나 불복하지 않았고, 그대로 확정됐다.

동대문구보건소는 지난 6월 2일 한의사 A씨에 대한 약식명령과 자격정지처분이 확정되자 학교법인 경희학원에게 경희대한방병원에 대한 업무정지 3개월 처분에 갈음하는 과징금 10억원 부과처분을 했다. 경희학원은 이에 불복해 같은달 17일 소송을 냈다.

이 사건 쟁점은 간호사의 처방전 발행이 무면허의료행위로 의료법을 위반했는지 여부이다. 법원은 “간호사가 환자에 대해 직접 진찰과 처방이라는 의료행위를 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한의사의 진찰·처방없이 환자에게 처방전을 발행하고 진료기록부에 허위기재를 한 것이 잘못인 것”이라며 “(간호사는) 환자가 장시간 대기하지 않고 원하는 한약을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간호사는 환자가 한약을 처방받고 싶다고 말하면 환자의 요구대로 전자의무기록에 기본처방을 입력했을 뿐”이라며 “처방전의 내용은 간호사가 환자의 건강상태를 진찰해 결정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방병원이 간호사에게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게 함으로써 의료법 위반하였음을 처분사유로 하는 과징금 부과처분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의료법은 ‘직접 진찰한 의사·치과의사·한의사가 아니면 처방전을 작성해 환자에게 교부하거나 발송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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