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유족, 일본제철 상대 손배소 또 승소 확정

2025-12-12 13:00:25 게재

대법, 1억원 지급 … 소멸시효, 2018년 대법 판결시점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대법원이 재차 유족 승소 판결을 내놓았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여전히 제3자 변제 방식을 고집하는 것으로 알려져 실제 일본 기업으로부터 배상을 받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11일 사망한 강제노역 피해자 정형팔씨 자녀 4명이 일본제철(옛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1억원 배상)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정씨는 생전에 1940∼1942년 일본 이와테(岩手)현의 제철소에 강제 동원돼 피해를 봤다고 진술했고, 이를 바탕으로 유족은 2019년 4월 2억여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소멸시효 시점이다.

이번 재판에서도 일본 기업측은 소멸시효가 이미 지나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권은 통상적으로 불법행위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된다. 다만 ‘장애 사유를 해소할 수 없는 객관적 사유’가 있었을 경우에는 장애 사유가 해소된 시점을 소멸시효 기준점으로 본다.

대법원은 2012년 일본제철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처음으로 배상청구권을 인정하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이후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일본 기업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최종적으로 확정됐다.

이후 정씨 유족을 비롯한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일본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이른바 ‘3차 소송’을 냈다.

2021년 9월 1심은 유족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만료됐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지만, 지난해 8월 2심은 이를 뒤집었다.

1심은 소멸시효 기준점이 되는 ‘장애 사유 해소’ 시점을 2012년으로 보고 청구를 기각했으나, 2심은 대법원 전합 판결이 나온 2018년 10월로 인정했다. 전합 판결 이전까지는 일본 기업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법은 앞서 2012년 파기환송 판결 이후 피해자들이 제기한 ‘2차 소송’에서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는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사실상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 사유가 있었다”고 판단해 2023년 12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청구권을 인정했다. 이후 하급심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청구권을 인정한 판결이 잇따랐다.

한편 앞서 일본 정부는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 피해자 배상에 대해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통해 이미 해결된 사안이라는 논리를 고수하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2023년 윤석열정부 때 나온 제삼자 변제 해법은 지지했다. 제삼자 변제 해법은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민간의 자발적 기여로 마련한 재원을 통해 소송에서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 대신 배상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는 것이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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