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기부하러 오던 80대, 누적 100억원 기적

2025-12-14 20:04:52 게재

고려대 유휘성 동문, 10년 넘게 기부 이어와

고려대학교(총장 김동원)는 유휘성 동문(상학58)으로부터 자연계 캠퍼스 환경 개선을 위한 ‘자연계 중앙광장 건립기금’ 6억원을 기부받았다고 15일 밝혔다. 이로써 유씨의 누적 기부액은 100억원을 공식 돌파했다. 그는 2011년 첫 10억원 기부를 시작으로 매년 학교를 직접 방문하며 기부를 이어왔다.

기부식은 지난 12일, 교내 본관 1층에서 진행됐다. 김동원 총장과 전재욱 대외협력처장이 참석해 유씨에게 기부서와 기부증서를 전달하고 감사패를 수여했으며, 아들 선구씨와 며느리 서원경씨도 자리를 함께했다.

유씨는 한국전쟁으로 충북 진천으로 피란해 장날마다 좌판을 도우며 생계를 유지해야 했던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럼에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공부를 이어가 1958년 고려대 상과대학에 입학했다.

유씨는 “돈 벌며 공부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어렵게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면 마음이 쓰인다”고 말하며 자신의 기부 배경을 설명했다.

유씨는 차 없이 대중교통과 도보로 생활하며, 매일 새벽 월곡동에서 정릉천을 따라 안암동 고려대 캠퍼스까지 걸어오는 검소한 삶을 유지해 왔다. 기부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는 “돈은 온기가 있을 때 나누어야 한다. 기부를 해보니 남뿐 아니라 내게도 큰 기쁨이 돌아왔다”면서 “모교가 나를 키워 사회에 자리 잡게 했으니, 반포지효”라고 말했다.

고려대
(왼쪽부터) 유휘성 동문, 고려대 김동원 총장. 사진 고려대 제공

그는 실제로 2019년과 2020년에도 약 40분을 걸어 학교로 와 각각 10억원을 전달했다.

유씨의 누적 기부 100억원은 특정 분야에 치우치지 않은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경영대 신경영관 건립기금 10억원, 인성장학기금 및 인성기금 약 60억원, 의학발전기금·심혈관 질환 연구기금, KU PRIDE CLUB 기금, 생활비 장학금 등 학생·교원·직원·연구자를 아우르는 전방위적 지원을 지속해 왔다.

특히 2017년에는 약 23억원 상당의 잠원동 아파트를 통째로 기부하며 대학 구성원을 위한 연구·교육·장학 재원으로 활용되도록 했다. 이번 ‘자연계 중앙광장 건립기금 6억 원’은 자연계 캠퍼스 혁신 인프라 조성을 위한 새로운 기부다.

고려대가 추진 중인 ‘자연계 중앙광장’ 프로젝트는 자연계 캠퍼스 중심부를 개방형 연구·학습 공간으로 재편해 학생·연구자가 모여 토론하고 협업할 수 있는 융합 생태계의 거점을 만드는 사업이다.

유씨는 “미래 과학기술 인재들이 더 좋은 연구 환경에서 성장하길 바랐다”며 “학생들이 오래 머물며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이 곧 대학의 경쟁력”이라고 기부 취지를 밝혔다.

김동원 총장은 “유휘성 교우님의 기부는 고려대 자연계 혁신 캠퍼스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학생과 연구자가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인류 난제 해결 대학’이라는 고려대의 비전을 더 빠르게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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