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이후 거래 폭망? 현장은 달랐다
‘노도강’ 아파트 거래량 감소 17%에 그쳐
토지거래 신청건수, 전보다 늘어난 곳도
정치권이 10.15 대책 후과를 두고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서울 부동산 거래가 주저 앉았다는 주장은 현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후속대책 마련에 손을 놓고 있는 정부나 부동산 폭망 운운하며 정부 비판에 열을 올리는 야권 모두 현장을 도외시한 탁상공론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5일 내일신문이 노원 도봉 강북구 등 강북권 부동산 거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이른바 ‘거래절벽 현상’은 나타나고 있지 않았다. 10.15 이전과 이후 5주간 아파트 거래량을 비교해보니 노원구는 555건에서 449건, 도봉구는 328건에서 294건, 강북구는 264건에서 201건으로 줄었다. 각각 19.1% 10.4% 23.9%가 줄어든 결과다. 하지만 이정도 변동은 ‘급감’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아파트 거래량은 계절적 요인과 이사 수요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변동폭이 크다. 도봉구의 경우 지난해 10, 11월 거래량과 2023년 같은 기간 거래량이 각각 218건, 167건인데 비해 올해 거래량은 294건으로 거꾸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토지거래허가제는 대출 제한보다 강하게 거래절벽 요인으로 지목받는 규제다. 하지만 허가신청 건수를 살펴본 결과 이 또한 풍문과 달랐다. 노원 도봉 강북구의 10.15대책 이후 토지거래허가 신청접수 건수는 각각 449건 281건 195건으로 나타났다. 정치권 호들갑에 비하면 언뜻 봐도 신청건수가 적지 않아 보인다. 10.15 이전 6주와 이후 6주의 신청현황을 상세 비교하니 결과는 더 예상밖이었다. 강북구는 주당 평균 신청건수가 36건에서 27.8건으로 다소 줄었다. 토지거래허가 신청 건수가 유지되고 있다는 얘기다. 도봉구는 되레 허가신청이 증가했다. 이전 6주 평균 39.8건에서 10.15 이후 6주간 평균이 40.1건으로 증가했다.
◆‘자화자찬 vs 비판일색’ 여야 모두 현장과 괴리 = 예상과 다른 현장 상황은 여야 모두를 당황시키고 있다. 먼저 반응한 곳은 야권이다. 10.15 대책이 실패했다고 판단하고 내년 지방선거를 ‘부동산 폭망 프레임’으로 치르려던 야권은 전략을 수정해야할 위기에 놓였다. 야권 일각에서는 “강남 3구 등은 거래 감소 정황이 뚜렷하다”며 “강북 일부 지역 문제이기 때문에 기존 전략대로 가면 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어차피 강남은 고정표이고 강북 공략이 서울시 선거의 핵심”이라며 “10.15 대책으로 투기 수요가 막히고 실수요는 여전히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그렇다고 정부와 여권이 손을 놓아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최근 대통령은 “더 이상 어떤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놔야 할지 모르겠다. 부동산 가격은 대책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를 계기로 정부에 대한 맹공격에 나섰다.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 시킬 대책이 없다고 말하면 투기세력과 수요자들을 자극해 집값 상승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급 관련 후속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지 못하는 것도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강북권 거래량이 유지되는 것을 보고 일각에서 “수요억제책이 강남 중심으로 작동하는 등 10.15 대책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대단한 착각”이라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공급을 뒷받침할 후속 부동산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대출 억제로 피해를 입은 10억원 미만 부동산 구매 희망자들의 강력한 반발을 피할 수 없다”며 “자화자찬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책당국 관계자는 “정부나 야권 모두 데이터의 실제 의미를 파악하기 보다 자기한테 유리하게 해석하는 경우가 많고 이는 현실 왜곡과 민심 이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현장의 목소리와 데이터를 근거로 정책 방향을 정하는 실사구시형 부동산 대책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