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4.5일제, 속도보다 사회적 대화가 우선

2025-12-15 13:00:02 게재

입법조사처 “임금·생산성, 비용부담 등 쟁점 빠져” … 객관적 분석, 당사자 참여 보장, 단계적 접근

정부가 내년 주 4.5일제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을 추진 중인 가운데 임금·생산성 비용 부담 등 핵심 쟁점이 정리되지 않은 채 성급하게 도입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가 14일 발간한 ‘사회적 대화가 우선돼야 할 주4.5일제 도입’ 보고서에서 “주4.5일제는 임금과 생산성, 인력 운영 등 노동시장 전반의 조정이 필요한 변화이기 때문에 제도 도입에 앞서 사회적 대화를 통해 기준과 쟁점을 정리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며 “제도 도입을 성급히 앞당기기보다 사회적 대화 기반을 차분히 갖추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노조 “주 4.5일제 근무 촉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9월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9·26 총파업 결단식에서 실질임금 인상과 주 4.5일제 근무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4.5일제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국정과제다. 고용노동부는 2026년도 예산안에 주4.5일제 도입 시범사업을 위해 324억원을 편성했다. 구체적으로 △워라밸+4.5 프로젝트 시범사업(276억원) △주4.5 특화컨설팅(17억원) △육아기 10시 출근제(31억원)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우리나라 연간 노동시간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1872시간으로 OECD 평균(1742시간)보다 130시간 더 길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11일 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업무보고에서 “연간 근로시간을 OECD 평균인 1700시간대로 줄여나가기 위해 자율적인 4.5일제 도입을 지원하겠다”며 “주5일제도 그림의 떡인 중소사업장의 경우는 공짜야근 근절을 위해 포괄임금제 오남용을 근절하고 연차휴가 활성화를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주4.5일제, 나아가 주4일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노동계는 노동자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임금 삭감 없는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경영계는 인건비 등 기업 비용 증가, 생산성 문제 및 이에 따른 경쟁력 악화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과거 주5일제 도입과정에서 오랜기간 갈등과 혼란을 겪었다. 1990년대부터 논의가 주5일제는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 간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장기간 표류했다. 2003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주5일제가 법제화 됐지만 노사정의 충분한 합의 없이 정부 주도로 제도가 추진되면서 업종별·규모별 유예가 불가피했고 특히 중소기업은 초기 비용 부담과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었다.

보고서는 “주5일제 도입 당시 공공부문은 복무 규정과 민원·행정서비스 제공시간을 단계적으로 조정했고 민간에서도 휴일수당·연장근로 정산 방식, 토요근무 폐지에 따른 인력 운영, 유급휴일 부여 기준 등이 순차적으로 정비됐다”며 “주4.5일제 역시 근로시간 체계 전반의 재설계를 요구하는 만큼 도입 논의에 앞서 관련 제도들이 어떻게 연동돼 있는지에 대한 기초적인 점검이 요청된다”고 강조했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주 4.5일제가 주 5일제보다 더 높은 사회적 조율을 요구하고 있다. 주4.5일제의 단축 폭 자체는 주5일제 전환에 비해 작지만 현재 노동시장의 구조와 조직 운영방식은 당시보다 훨씬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교대 근무, 서비스 연속성, 공공부문 운영시간, 근로시간 기록체계 등 다양한 요소가 얽혀 고려해야 할 요소가 훨씬 복잡해졌다.

보고서는 “주4.5일제 도입 논의의 가장 중요한 쟁점은 ‘임금 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의 가능성”이라면서 “생산성 향상과 비용 증가의 균형을 둘러싼 논의는 주4.5일제의 핵심 쟁점 중 하나임에도 현재 논의에서는 이러한 전제들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고 있으며 정책적 기대가 과도하게 부각되는 경향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차동욱 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환경노동팀 입법조사관은 “주4.5일제 사회적 대화를 위해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한 기초 연구와 데이터 축적, 주요 쟁점의 정리, 임금·생산성·인력 운영 구조에 대한 분석과 노동계와 경영계 중소기업, 필수 업무 종사자 등 당사자들 참여를 보장하고 제도 도입은 단계적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한남진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