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지운 ‘늙지 않는 사람들’… 파격적 설정의 스릴러 ‘영생인’ 개봉
2025-12-15 15:03:10 게재
원자폭탄 피폭 이후 태어난 ‘늙지 않는 사람들’의 존재를 추적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영생인’이 24일 개봉한다.
‘영생인’은 일본 원자폭탄의 영향 속에 태어난 조선인들이 실제 나이보다 수십년 어린 외모를 지닌 채 살아가고 있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이들은 국가에 의해 존재 자체가 부정된 채 오랫동안 은폐돼 왔으며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에도 ‘영생인’이라는 이름으로 차별과 배제 속에 놓인다.
이야기는 영생인 중 1명인 예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예진은 차별에 맞서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며 모델로 활동하고, 일본 방송사의 취재를 통해 한국 정부가 자행한 폭력과 은폐의 실상을 고발한다. 그러나 인터뷰 도중 발생한 사건을 계기로 분위기는 급변하고, 영화는 미스터리와 반전이 교차하는 추리극으로 접어든다.
비선형적 서사 구조 속에서 여러 갈등이 교차하며 하나의 진실로 수렴되는 구성 또한 작품의 특징이다. 영화는 한국의 비극적인 근현대사와 미완의 한일 관계를 배경으로, 국가 폭력과 차별의 구조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영생인’에 대해 “끝까지 영화적 긴장을 밀고 나가는 흔치 않은 사례”라고 평가했다.
‘영생인’은 김상훈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김 감독은 “국가로부터 오래 차별을 받아온 한센병 환자들의 역사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차별과 배제가 아닌, 공동체가 결속할 수 있는 가능성을 영화적으로 탐색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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