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일령’ 한국 호텔시장엔 ‘특급 호재’
3·4성급 호텔, 수익성 개선·성장잠재력 증가 기회
삼정KPMG “한한령때와 유사 … 고부가 개별 관광객 유치 전략도 병행해야”
중국 정부 ‘한일령’ 조치로 중국과 일본 간 관광이 급격히 위축하면서 아시아 관광 수요가 빠르게 재편되고 한국 호텔시장에도 구조적 변화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한일령이란 중국 정부가 일본을 겨냥해 자국민의 일본 여행, 문화 교류 등을 제한하는 조치를 통칭하는 말이다. 과거 사드 사태 때 한국에 시행했던 ‘한한령’과 유사하게 ‘일본을 제한한다’는 뜻을 가진 비공식적인 중국의 정책을 의미한다.
삼정KPMG는 15일 ‘중국 한일령과 한국 호텔 시장 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한일령 조치가 단기적인 수요 변동을 넘어 한국 호텔시장 전반을 재평가할 구조적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삼정KPMG 관계자는 “이번 규제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 사태 시 군사 개입’ 발언에 대응해 중국이 일본 방문을 사실상 억제하면서 촉발됐다”면서 “중국 정부는 한한령을 비롯 정치적 갈등이 발생할 때마다 해외여행을 통제했는데 이번 조치 역시 중국 국민 정서 변화와 정책 방향에 따라 중단기적으로 관광 흐름을 빠르게 바꿀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 당시 중국정부는 한국행 단체관광을 중지해 한국 관광산업에 직접적인 충격을 줬다.
당장 2016년 807만명에 달했던 중국 관광객수가 2017년 417만명으로 반토막이 났을 정도다. 더욱이 한한령을 수년간 완전히 해제하지 않아 중국 관광객 한국방문은 개별여행 중심으로 회복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이 기간 일본행 중국인 관광객은 637만명에서 735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한한령으로 반사익을 누린 셈이다.
같은 맥락에서 일본 여행 제약이 장기화할 경우 중국인 관광 수요가 동남아시아와 한국 등 인접 지역으로 분산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은 언어 소통 편의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기반으로 유력 대체지로 떠오르고 있다. 또 지리적 근접성과 한류 확산을 고려하면 한국 역시 중국인 관광객에게 충분히 경쟁력 있는 선택지로 다시 부상할 여지가 크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이번 사태로 한국행 중국인 관광객수가 사드사태 이전 역대 최대치인 800만명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삼성KPMG 측은 “일본행 감소와 중국행 증가의 구체적인 크기는 불확실성을 띠지만 방한 중국인수가 중장기적으로 수백만명 단위로 추가 증가할 수 있다는 잠재적 계인임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중국인 인바운드(유입,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가 확대할 경우 서울 관광호텔시장의 객실 가동률(OCC)과 평균 객실단가(ADR)가 동반 상승하고 투자수익률 개선과 자산가치 상승을 동시에 견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인 관광객 증가는 호텔숙박 수요 증가로 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3·4성급 호텔은 이미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어 추가 수요 유입 땐 사실상 연중 만실에 가까운 운영 효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5성급 대비 초기 투자비용이 낮아 수익성 측면에서도 매력적인 투자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게 삼정KPMG 측 설명이다.
여기에 공급이 제한된 서울은 구조적으로 자산가치 상승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수도권과 부산 등 주요 권역은 투자비 대비 성장 잠재력이 커 새로운 전략적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정KPMG 관계자는 “중국 한일령은 단순한 단기 변수에 그치지 않고 한국 호텔 시장의 구조적 재편을 촉발하는 전환점”이라며 “지속적인 한류인기와 K콘텐츠 확산으로 중국 개별여행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고부가 개별 관광객 유치 전략을 병행하면 국내 호텔산업이 양적·질적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